총선 앞두고 또 벌어지는 폴리널리스트 논란에 대해
아침에 한겨레에 정치와 언론의 유착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치 부나비 ‘폴리널리스트’가 만연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고 김세은 교수의 글도 소개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최소한의(?) 유예 기간도 없이 바로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우리 선거법은 지역구 선거는 3개월 이전에 퇴직할 것을 요구한다. 이건 출마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 홍영림 기자가 퇴직 다음날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직행한 것을 비롯해 정당에 들어가 직책을 맡는 것이나 대통령실로 가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곧바로 감시 대상인 정당의 당직에 들어가 직책을 맡는 것은, 굳이 출마를 하는 것이 아니라도, 분명히 자신의 어제까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의 동료와 소속사, 나아가 언론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어쩌면 이런 단 한 번의 행동만으로도 그가 평생 언론계에서 활동해온 기여분을 단번에 까먹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아침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가서 기자들 앞에 섰던 민경욱 전 의원처럼 두고두고 폴리널리스트 문제만 나오면 자동으로 소환되는 대표 사례가 아니라도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계에 피해를 준 사례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에 <불펀한 언론>을 쓰면서 이 문제를 조금 자세히 다뤘었는데, 거기서도 말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들쭉날쭉한 언론사별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인식이 흐릿하다. 가는 사람은 물론 영입하는 쪽에서도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기준이 있어야 비판을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출마만 제한할 것인지, 당직이나 대통령실 등 공직 진출 전반을 모두 제한할 것인지, 한다면 유예 기간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이런 규정을 위반할 경우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도 통일적 기준을 만드는 게 좋겠다. 각 사별로 통일이 어렵다면 우선 한국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 차원에서라도 기준을 만들어 일종의 ‘모델법’으로 제시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단체가 합동으로 만들어도 좋다. 물론 여러 현업 언론인 직능단체들이 함께하면 더 좋을 것이다.
다만 유예기간은 좀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키지 못할 규정, 과도한 규정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동아일보는 아침에 공직 사퇴 시한을 아예 현재의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는데, 공직자들의 이해 충돌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년이라는 출마 제한은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생각해보면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가 합헌적인 제한일지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3개월은 너무 짧고, 1년은 좀 길어 보인다면 6개월 정도가 어떨까? 이참에 언론계에서 먼저 이런 제한 기준을 공식적으로 만든다면 앞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반영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공직사퇴 시한을 법적으로 6개월로 늘리는 것 말이다. 물론 언론인의 경우 출마 만이 아니라 당직을 맡거나 대통령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등으로 가는 것을 함께 제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놓으면 언론인을 받아들이는 곳에서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고 불필요한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이 무엇인도 애매한 상태로 두면서 항상 얼마를 말하는지도 알 수 없는 ‘최소한의 유예 기간’을 논하고 있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글 첫머리에서 ‘최소한의’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여놓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