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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포기한 나라 2

짧은교실학개론

by 꿈몽글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를 하면,

교사가 신고했다는 사실이 아주 쉽게 밝혀지고,

그 교사는 이제 자신을 24시간 감시하는 적군을 옆에 두게 된다.


아동학대를 자행했던 부모는

그 아이를 지켜줄 사람이 부모밖에 없다는 이유로

딱히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건 안다.

이해한다.

아동학대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안다.


결코 다른 기관을 탓하는 게 아니다.

경찰 등 해당 업무에서 크나큰 고충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음을 생생하게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가정에서는 그렇게 유연한 아동학대라는 잣대를

교사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들이대서는 안 된다.



이제는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아이는 교사를 좋아해도

부모가 교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아동학대 교사로 지목하는 현실이 와버렸다.


자신의 아이가 잘못을 해서 상담을 해도,

기분이 나쁘다며 아이를 차별하고 아동학대한 교사로 몰아가는 학부모도 종종 발생하는 오늘이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네가 아동학대를 한 거라는 식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본디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듣기 싫은 말도 있고,

유쾌하지 않은 첨언이 함께하기도 한다.

그게 교육이다.


힘을 써야 근육이 다치고 재생되며 힘이 세지듯이,

머리가 지끈거려야 이해가 안 되던 개념이나 원리가 머릿속에 자리잡듯이,


교육이란 본디 내 귀에 쓰기도 한 법이다.



하지만 이제 교사가 교육적인 말을 하면

듣기 싫은 말이 되고

그것이 아동학대가 되는 정신나간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거짓말이라고?

비약이라고?

전혀.


생활기록부에 사실대로 쓸 수 없는 나라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긍정적으로 쓰도록 하는 나라다.

그저 민원, 민원.


민원을 틀어막기에 급급한 나라.

듣기 싫은 소리를 듣기 싫다고 말하는 소리가 애초에 안 나오게 하라는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그러니까 이제 교사라는 직업에서 교육은 사라진 셈이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안 되는,

교육을 하면 안 되는,

즉 애나 잘 돌보라는.


그게 대한민국의 교사에 대한 목소리다.




정보. 동아일보에 따르면 재작년 한 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사건은 49건이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925/130097566/1


70년에 1번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1년에 49번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차이가 무서울 정도다.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 더 무서운 사건 아닌가.

무뎌지면 괜찮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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