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많이 뺏기기도 하지만 얻기도 많이 얻는 나임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일 얘기도, 수다도 많이 떤 날인데, 마음이 가볍고 좋다.
일을 아무리 만족스럽게 처리해도 상대와의 말 한마디나 반응이 걸리는 날엔 가슴에 돌이 얹힌 것 같이 불편한데 말이다.
매일 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 입밖으로 매일 꺼내게 되는 퇴사 이야기다. 정말 마음에 있어 그러는건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남편에게 징징거리고 싶어 아무말처럼 하는건지 요즘은 나도 헷갈린다.
오늘은 일이 특별히 만족스럽게 끝난 것도 아니고, 그저 직원들과 기분좋은 대화를 많이 했을 뿐인데, 즐겁고 다닐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그날 하루의 마음상태가 내 머릿속 퇴사생각을 좌우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이 힘든거. 그래 어떻게든 해결되고, 지나간다. 한 번도 그렇지 않았던 적이 없고.
사람이 힘든거. 그렇지. 휴직을 결심했던 것도 그때쯤이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과의 관계와 분위기가 중요한 게 아닐까.
사람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도 인간관계가 비중이 가장 높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 사람. 사람. 애증의 문제다. 너무 좋으면서도 삐그덕 거리면 너무나도 괴로운...
관계에서 상대를 나름 많이 맞춰주고 얘기도 많이 들어주는 나. 이런 성향이 손해보며 산다 느껴질때도 종종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래서 힘듦의 회복도 빠른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살짝 삐그덕 거리다가도 결국엔 좋게 마무리 할 수있는 힘이 내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의 삐그덕 거림으로 상대와 선을 긋고 날을 세우다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리니까.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것. 여전히 욕심은 나지만, 이젠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는 내가 되고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난,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것은 가능할 것도 같다.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왜?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아프게 하고, 나의 열린 마음을 닫히게 만드니까. 그 문을 닫지 않기로 하는 건 나의 의지이고, 노력이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그래. 관계에서 특별히 걸리는 게 없는 직장생활이라면, 일 자체만으로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