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글이 Jun 15. 2024

바닷가 사색 ㅡ 몸에 힘 빼는 연습

해수욕 하기엔 이른 날, 바닷물에 발을 살며시 담가본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들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꽤 괜찮다.

 

파도가 조금 세게 칠 땐, 철썩이는 부딪힘과 차가움에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깔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모래들은 마치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 같았다.


자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늘 인생을 생각해보게 된다.  드넓은 바다 앞에 서 있으면 내 마음도 왠지 그랬으면 싶고,  잔잔한 바다를 보면 나도 그렇게 고요하고 싶다. 파도치는 물결은 벼워 보이기도 하지만 깊은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라 예뻐 보인다.

 

오늘 마주한 바다는 내게 시련을 떠올려보게 한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어떻게 대해야할까.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종종 내가 취하는 액션은? 몸에 힘을 준다. 잘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다. 자연스레 몸에 힘이 들어간다.


실수하거나 잘 해내지 못하는 모습들을 들키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쓴다. 손으로 모래를 꽉 움켜쥐고 있는 모습 같다.


꽉 쥐고 있어도, 느슨하게 쥐고 있어도 손에서 빠져나갈 모래들. 손에 힘을 많이 줄 수록 내 손에 스크래치만 많이 나는 게 아닐까.


내게 닥칠 일이라면 겪어야 할 것이고,  내 것이 아니라면 분명 빠져나갈 것이다. 모래가 바닷물에 실려 내게 왔다 내 발에 계속 머무르지 않는것처럼,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힘들었던 그 상황은 반드시 변화한다.


난관에 부딪혔을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어쩌면, 힘을 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 것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면, 최소한 내 몸과 마음에 상처라도 덜 나지 않게 해야하지 않을까.


여러 두려움들을 갖고 있다. 늘 긴장하고, 걱정하는 일 뒤에는 두려움이 커서 그런 것임을 느낄 때가 많다. 저항하는 데 힘을 너무 많이 쓰는 탓에 무언가 하기도 전에 기가 빨릴 때도 많다.


두려움을 없앨 수만 있다면 제일 좋지만,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이고 강박이다. 힘을 빼는 방법 중 하나는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내게 두려움이 많다는 것,  몸에 힘이 들어갈 땐 내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브런치. 일기장처럼 쓰고 있지만. 비공개는 아니니 또 비밀 일기장이라고는 할수 없는 이 곳.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조금씩 나의 두려움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를 앞두고 2 -다시 원점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