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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May 27. 2023

돌로미티는 제발 가보세요 (2)

콩감자네 이탈리아 여행기 1-2편




알프스 하면 모두들 깎아지른 산, 그곳에 뒤덮인 만년설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앞서 1편에서 다룬 것과 같이 백운암이 멋들어지게 펼쳐진, 그런 장엄한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알프스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도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맑은 빛깔의 호수들이다.


Lago di Santa Caterina


Lago di Misurina(미주리나 호수)


돌로미티 동부의 대표적인 호수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떠올릴 호수다. 라가주오이 산을 하산한 후, 점심 식사를 위해 미주리나 호수 앞에 있는 가이드님 추천 식당에 가게 되었다.


식당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얼마나 예쁘던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던 콩자씨였다.


콩자가 찍은 감자(나)


금강산도 식후경, 가이드님 덕분에 현지 맛집을 가성비 좋게 다녀올 수 있었다. 참고로 콩자씨와 나에게는 처음인 현지의 까르보나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소박하니 즐기기 좋았다.


찐 까르보나라. 한국 맛과는 완전 달라 이마를 탁! 치고 말았다.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서니, 미주리나 호수가 코앞에 펼쳐져 있었다. 1편에서 느낀 라가주오이의 충격과는 달리, 좀 더 평화롭고 안정된 기분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치즈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 뒤로, 병풍처럼 백운암 산들이 펼쳐져 있어 아주 장관을 이루었다. 자연적으로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여서 그런지, 물도 정말 맑고 푸르러 경쾌한 기분까지 들게 해 주었다.


여담으로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한다면 한 번은 “트레치메”라는 곳을 들어보게 될텐데, 미주리나 호수에서 경치를 둘러보다 보면 아주 우뚝 솟은 세 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맞다 그곳이 트레치메다.


두 봉우리 밖에 안 보이는 저 산, 네 저 산 맞습니다.


트레치메는 최초로 트레킹을 한 곳이라고 한다. 등산에 일가견 없는 콩자와 감자에게는 무던하게 들린 그저 예쁜 산이었지만, 산행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흥분될 만한 곳이지 않을까 싶었다.


등산에 일가견 없다 뿐이지, 미주리나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우리였다. 평소 산보다는 물가를 가까이하던 콩자와 감자에게는 더없이 행복을 느끼기 수월했다. 그래서인지 여유로이 행복해하는 콩자씨를 사진으로 많이 담아낼 수 있었다.


사진 찍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이쁘네요.


누가 봐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저 맑은 호수에서 나룻배도 탈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더 여유로울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백운암 깎아지른 산 위에서 배운 자연의 가르침을 뒤로, 산에서 내려온 이곳에서는 생각을 비우고 맘 편히 평화로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 평화를 이미지로 만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조심스럽지 않게 생각해 보았다.


신혼이든 십 년 차가 넘어가는 부부든, 여유로이 자연을 즐기는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표현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콩자씨께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 삶의 의욕이 솟아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주리나 호수에는 많은 이들의 소중한 추억과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Cortina Dampezzo(코르티나 담페초)


돌로미티 지역에 다다르면 굽이굽이 둘러진 도로에 아늑히 자리 잡은 조그마한 동네들이 보인다. 때마침 단풍이 익어가고 있던 때에 방문했던 터, 산장처럼 생긴 집들과 알록달록 단풍이 예쁘게 어우러져 있었다.


코르티나는 그런 예쁜 마을 중 한 곳이다. 돌로미티 여행을 하며, 한 거점으로 삼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1956년에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만큼, 묵을 만한 숙소와 상권도 제법 잘 조성돼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도 아름다웠지만, 산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도 꽤 운치 있었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들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왔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들 사이에 예삐 자리한 마을을 거닐며, 자연에 적응해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 생활 터전에 찾아와 여유를 찾고 평화를 만끽하는 우리가, 아무래도 더 재미있지만 말이다.



역시 투어로 가게 되니 오랜 시간 머물지 못해 아쉬웠다. 하루정도 푸근히 머무르며 돌로미티에 살아볼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당일치기로 이렇게 다양한 곳에 다녀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감사해야지 않을까 싶었다.


아쉬움을 잔뜩 두고 돌아왔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투어를 꽤 추천합니다


여행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베네치아에는 밤이 어둑히 내려앉아 있었다. 녹초가 되어 호텔에 쓰러진 것도 잠시, 투어를 함께 했던 형누님께서 밥 한 끼 사주시겠다며 운을 떼셨다.


그렇게 숙소 근처 중식당에 들러 저녁을 함께 하게 되었다. 쉽게 맘을 열지 않는(?) 누님한테 선택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콩자와 감자가 정말 맘에 들었나 보다라고 형님께서 말씀해주셨다.


예쁘게 맞춰 입고 꽁냥꽁냥 서로 사진 찍어주는 모습들이 너무 예뻐, 밥을 꼭 사주고 싶었다고 누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탈리아까지 놀러와 즐기고 있는 것에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우릴 치켜세워 주셨다.


내 생각이지만 나 말고 행복에 겨워 부지런히 돌로미티를 즐기고 있던, 여유로움에 빠진 콩자씨가 기특하고 예뻐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콩자씨 덕에 밥을 얻어먹은 꼴이다.


형님 누님은 대단한 분이셨다. 젊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음식점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었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음식점에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잘 극복해 내신 듯했다.


투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젊은 부부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을까. 또 우리 같은 어린 커플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기회가 있었을까 싶었다.


감자투어


돌로미티를 투어에 참여해 둘러보길 참 잘했다. 당초 다른 관광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져 투어를 신청했던 것이지만, 생각 외로 좋았던 부분이 정말 정말 많았다.


긴 여행 기간 중 하루는 투어에 맡겨 계획하지 않을 수 있었고, 모르는 길을 찾아 나설 부담 또한 지지 않았다. 또 편히 여행 정보를 얻어갈 기회가 생겼으며, 무엇보다 평생 추억이 될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늘 투어에 좋은 사람만이 참석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아름다움을 가득 머금은 돌로미티에서의 투어라면 말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글 두 편에 걸쳐 유럽 초보 돌로미티 이야기를 늘어보았다. 이탈리아부터 돌로미티, 유럽에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우리에게는 불안함 범벅된 부담들이 가득했다.


그 모든 부담을 겪어낸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고민의 순간들 마저도 모두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알프스의 산을 마주해 충격을 받은 순간부터 여유로이 호수에서 즐길 수 있었던 순간까지, 한 순간도 부족함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


콩자씨를 따라다니며 이 배경 저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어 즐거웠고 그렇게 남긴 사진들을 다시 보며, 돌로미티 여행기를 써내려 가는 지금마저도 정말 즐겁다.


좀 있으면 올림픽도 개최하게 될텐데, 너무 유명해져 발 디딜 틈도 없어지는 것 아닐까.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느낀 감동을 공유할 수 있길 바라며


돌로미티, 제발 가보시길 기도해 보겠습니다.


베네치아 여행기로 돌아오겠습니다 ᕕ( ᐛ )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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