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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Jan 09. 2024

'기도'

기도하는 마음

내 마음에도 4계절이 있어서 새로운 도전으로 설렐 때는 봄날 따뜻한 햇살에 새싹을 움틔우듯 온 마음을 다 하게 된다.


한참 희망에 부풀어 이것저것을 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형태가 드러날 때 그 흥분된 마음은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이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듯 나의 마음도 그렇게 일에 스며든다. 


결과가 생기고 그 결과로 뿌듯함이 느껴질 땐 풍성한 가을처럼 나의 마음에 너그러움이 깃든다.


그러나 결과가 미흡하다 싶은 생각이 들면 한겨울  바람이 내 마음에도 불어댄다.


수시로 찾아드는 여러 마음들은 나를 몹시도 흔들어 댔던 때가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불안하고 초조함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촛불 앞에 부는 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렸었다. 안정된 마음이란 것은 나와는 먼 얘기인 듯 생각되었고 안정되는 때가 내게도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모든 순간들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어려서 흑백 TV를 보던 때였다. 언니와 오빠가 정한 대로 볼 수밖에 없었던 시절 영화를 보게 되면서 간절하게 싶어진 것이 생겼다. 프리마돈나를 꿈꾸며 주연에게 주어진 안무도 몰래 외우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연습을 하던 무용수가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내용이었다. 비록 내 나이 다섯 살이었지만 사람의 몸으로 표현되는 그 아름다움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나를 매료시켰고 그 내용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난 그 주인공이 몸풀기 위해 했던 동작들을 떠올리며 그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나의 놀이가 되었다. 그리고 날마다  가게를 하던 우리 집에 무용선생님이 물건 사러 오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가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나는 칫솔 하나 들고 쫓아 가지만 금세 사라져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절망적이고 슬펐다.


그렇게 반복되는 꿈을 꾸며 결국 중학생이 되어서 이젠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나는 너무도 원하던 무용을 선생님권유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때의 내 마음은 날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규율만을 강조하던 숨 막히는 학교생활이 내게는 천국과도 같았다.


하지만 3학년  되면서 무용선생님이 그만두게 되었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를 대학교에 넘기고 학교를 이전하면서 무용실이 없어졌다. 정말 슬픈 나날이 되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그토록 하고 싶었던 무용을 하게 된 것이 10년 만이었다. 포기하고 잊으려 했을 때 내게 기회가 왔던 것이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 외에 다른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프리마돈나는 아니더라도 무용수로서의 꿈을 가졌더라면 아마도 지금 나는 무용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0년이 넘게 마음으로 잡고 있던 무용을 놓으면서 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길 잃은 새처럼 헤매는 꼴이 되었다.


무언가를 하고는 있지만 무용을 할 때만큼 나를 뜨겁게 만드는 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태권도는 무용을 대신할 만큼 가슴 뛰게 해 주었고 난 그 끈을 잡고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용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남아있는 것은 원하는 만큼 깊지 못한 마무리 때문이리라.


그로 인해 두고두고 뒤를 돌아보며 길을 헤매던 시간들이 내겐 너무도 길었다. 내게는 차고 넘치는 열정이 있는데 그 열정을 쏟아부을 곳을 찾지 못해 허공에 발길질하는 기분이었다.


'기도'라는 것을 해보았다.

'찾게 해 주소서,  나의 길을...'


'나의 이 뜨거운 열정을 다시 꺼내 쏟아낼 수 있도록 하게 하소서. 그 기쁨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내게는 아직 다 꺼내 쓰지 못한 열정이 있다.

뜨겁게 꺼낸 나의 열정의 맛을 보았었기에, 그것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에, 난 다시 꺼내고 싶은 열정이 있다.


어느 하나에 몰두를 하고 그것을 형태로 만들어 '창조'라는 이름으로 나와 마주 하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난 내가 되어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여느 때 보다 더 간절함이 묻어나는 마음으로 내가 되어가는 길을 만들고자 한다.


더디더라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나를 다독여 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위 그림은 AI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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