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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Dec 30. 2023

4시간

명상의 시간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 해의 모든 행사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위한 준비를 한다. 새해 1년의 행사와 예산을 생각해서 한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예년과 다르게 송년의 밤은 생략을 하고 올 한 해의 모든 행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행사까지 일이 참 많았던 한 해였다.


이렇게 추워지면 4시간 알바를 위해서 이른 새벽 일어나 준비를 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핫팩을 준비하고 풋팩을 양말 위에 붙이고 나서지만 추위를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고가도로 밑 야외에서의 일은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기에 최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더울 때는 더워서 추울 때는 추워서 힘들었던 일..  그러나 그 일을 하면서 내게는 활력이 생겼고 나름의 시간을 쓰는 규칙을 가지게 되었다.


7시에 일을 시작하여 11시에 끝이 나면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시간을 나누어 나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을 했다.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고 언니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저녁을 준비하고 글을 쓰고 등등... 나의 생각대로 나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런 선물 같은 시간을 위해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위한 나의 알바생활은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즐겁게 운동을 하듯이 지나갔던 그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시간을 통해 정리된 나의 생각들이 글을 쓰며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수 있었고 아직은 초급단계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단계이지만 영어를 꾸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더라도 영어를 못해 답답했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시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 왔던 영어공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내게는 습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또 즐겁게 해 준다.


4시간 서서 일을 하던 그 시간은 내게는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도 하는데 나는 나를 생각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나를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되었다.


그동안 하늘에서 줄을 내려 나의 마음을 묶어 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살았다면, 알바를 하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계속하면서 나의 묶여있던 마음도 홀가분하게 풀려 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정적인 틀 안에서의 나라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 되었다. 태권도만을 생각하던 내가 글을 쓰며 다른 모습의 나를 보게 되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중구난방으로 펼쳐졌던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들여다보고 바라본다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생각이 지치게 했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생각들로 나의 몸이 무거워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생각을 많이 할 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다 보니 생각이 도망을 간다. 그리고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왔다가도 금세 사라져 버린다. 생각이 사라질 때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했던 이유는 내 몸을 내가 의도 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을 하는 동안은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걷는 것을 특히나 좋아하게 되었다.

수년 전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걸어라."라는 말을 선배로부터 들었던 때가 있다.

그때는 한걸음이라도 덜 걷기 위해 차를 끌고 다녔고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장소에 주차를 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던 때이다.


그런데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걸으라니..


이해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게 된다. 틈틈이 언니와 같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걷는 기쁨과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있다. 때로는 혼자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걸으며 나와 결부된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잔잔하게 느껴지는 평온함 그 안에 감사와 사랑, 정말 많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또 감사함을 느낀다.


오전의 그 4시간에 나의 알바일이 내게 준 것이 참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그렇게 이어진 나의 글쓰기의 시작, 그 결과의 산물로 책이 나오게 되었고, 군더더기가 사라진 나의 시간들로 채울 수가 있게 되었다. 이후 걷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걷는 기쁨을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나의 4시간, 그 소중했던 시간을 나는 다시 다른 의미로 또 다른 나의 4시간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기 위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필요로 하는 배움으로 꽉꽉 채우며 나의 시간을 갖고 있다. 다가오는 나의 새해를 기대하며 반가이 맞이하기 위해...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위 그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귤을 생각하며 AI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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