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나의 숨기고 싶은 감정, 노래로 짓다
살다 보면 수많은 감정을 겪지만, 그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살 수는 없다. 나에게도 유난히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사랑앓이를 겪으며, 그 감정이 가족에게 들킬까 두려워 깊숙이 감추려 애썼던 때.
이제 돌아보면, 처음 겪는 낯선 감정이 두려워 ‘옳고 그름’조차 몰랐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이 지금은 노래를 만드는 시간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억눌렀던 감정을 해소하는 듯한 그 순간, 묘한 희열과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이 찾아온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글은 너무 적나라해서, 내 마음을 적을수록 나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종종 감정을 감추고, 포장하고, 미화하게 된다.
글은 나를 드러내지만, 노래는 나를 숨겨준다.
그때 깨달았다.
감정이란 아무리 깊이 감춰도 결국 새어 나오는 생선 냄새나 김치 냄새 같은 존재라는 것을.
꽁꽁 감추려 하면 몸이 병들고, 드러내면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기분이 좋으면 미소가 새고, 마음이 무거우면 어깨와 걸음이 그 무게를 대신 짊어진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에는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
이 이름들을 그릇을 만들어 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담는다면 알아보고 다스리기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신의 이야기가 노래가 되어’라는 명분으로,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 나의 모든 감정을 담는 그릇을 만들기로 했다.
어쩌면 비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솔직한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아는 이들의 시선에서도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시간.
그렇게 나는 노래로 나만의 ‘감정 방화벽’을 세운다.
그리고 그 위에, 또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힘을 쌓아 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