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쉬
우리 동네엔 아주 작은 공원이 있다.
그리고 그곳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동네 어르신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마치 서울의 파고다 공원처럼 말이다.
주변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그곳의 주 고객은 젊은이들이다.
공원과 카페 사이엔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큼의 작은 도로가 있는데, 마치 그곳은 신구(新舊)의 간격 같기도 하다.
불현듯 나의 위치는 어디에 속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길 건너일까, 아니면 지금 서 있는 카페 쪽일까?
그런 생각이 스치니 길 건너 공원의 어르신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하루는 공원에 어쩐 일인지 할머니 한 분만 우두커니 앉아 계셨다.
아마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자차 한 잔 더 주세요.”
급하게 차 한 잔을 들고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떤 용무가 있어서가 아니라 왠지 모를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혼자 뭐 하세요?”
“누구여? 아~ 요양삼춘.”
“어머님, 이거 유자차인데 따뜻할 때 드세요.”
“아이고, 이런걸 뭐 하러~ 아무튼 고마워~”
“혼자 뭐 해요?”
“그냥 있지 뭐, 누가 오나 하고 있는 거지...”
“어머니, 심심한데 제가 영어 가르쳐 드릴까요?”
“하하! 그거 배워서 뭐 하게.”
“그냥 뭐, 심심하잖아요! 하하.”
“영어로 아침 인사할 때는 굿모닝이라고 하는 거예요.나중에 친구분 오시면 써 보세요. good은 좋다는 말이고 morning은 아침이라는 말이에요. 굿모닝~ 한번 해 보세요.”
“굼모닝입니다.”
“‘입니다’는 안 해도 돼요.”
“무슨 말이 그래, ‘입니다’를 해야지.”
“하하하! 서양말이 그래요. 그리고 ‘굼모닝’이 아니라 ‘굿모닝’이에요.”
“그거나 저거나.”
그때 실버카를 끌고 쌀집 할머니가 다가오시며 소리쳤다.
“어이! 벌써 나왔네.”
“어여 와~ 뭐한다고 늦었어?”
두 분의 대화가 이어지자 나의 존재는 눈 녹듯 사라졌다.
이럴 땐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뒤돌아가는데, 두 분의 대화 속에 다시 소환된 나의 존재 때문에 잠시 머물러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웃음이 터졌다.
“뭐 하고 있었어?”
“응~ 요양삼촌이 영어 알려줬어.”
“영어?”
“응, 곧 모닝이라던가...?”
“그게 뭔데?”
“몰라, 나도. 곧 있으면 아침이라고 하던데...”
작가님들 오래간만입니다.
요즘 동화를 쓰느라 한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완성하고 발표만 하면 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 동화는 미발표 상태로 오랜 기간 피드백을 받고 싶어 브런치에는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동화를 쓰는 동안 또 한 편의 소설이 생각나 오늘부터 다시 집필에 들어갔답니다.
지금은 등장인물과 전체적인 포맷만 완성한 상태라 발표 시기까지는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움츠리고 있으면 정작 뛰고 싶을 때 뛰지 못할까 봐 잠시 들러 인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미리 해피뉴이어 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다시 찾아와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