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선 Aug 09. 2024

쓸쓸한 안녕

안녕히 가세요. 콰지모도

새벽 3시가 막 지나고 있던 시간이었다. 

집사람의 요란한 휴대전화 진동음에 먼저 눈을 뜬 내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물론 나를 찾는 전화는 아니었지만, 더위를 피해 안방에서 우리와 함께 잠자리에든 아들이 혹시라도 깨어날까 봐 실례를 무급 쓰고 먼저 받았다. 

남의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 이긴 하지만 휴대전화 화면에 00 요양병원이라고 적혀있었고 대부분 이런 경우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일반적이라 께름칙하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사장님! 여기 00 요양병원인데요. 콰지모도 아버님 조금 전 돌아가셨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사망 소식이 흘러나올 때 침묵 속에서 듣고 있던 집사람이 마치 예상하였다는 듯 조금은 무심한 말투로 "콰지모도 아버님 돌아가셨데?" 하며 물었다. 

"응! 그렇다네 어떻게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낮에 다녀왔거든 얼마 전부터 폐렴까지 앓고 계셨거든 그쪽에서 한번 들려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다녀왔었어." 

조심스럽게 일어나 옷을 입으려는데 집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그냥 조금 더 자, 날 밝으면 가자"하며 돌아누웠다. 

"안 가?" , "이 시간에 가 봐야 할 것도 없어 아침에 가도 돼 또 연락해 올 거야 그러니 좀 더 자" 

처음엔 아내의 그런 행동이 낯설었지만, 그간 많은 이 별을 경험해 본 아내는 자신도 모르게 무뎌진 듯 보였다. 

아니 어쩌면 무뎌졌다는 표현보다 단단해졌다는 표현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도 해 말없이 뒤에서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예쁜 것만 보고 살자 했는데 미안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