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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l 21. 2024

이별 준비

수급자 어르신과의 이별

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수급자 어르신을 만나게 된다.

성격이 온화하신 분이 계시는가 하면 괴팍하신 분도 계시고, 깔끔하신 분이 계시는가 하면 자신의 물건 어느 것도 건들지 못하게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어쩌면 당신들이 사셨던 세상에서 얻어진 습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성향의 어르신들이 모두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첫 번째는 나이 듦을 마뜩잖아하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결국엔 받아들이지만, 조금은 받아들임이 다르다.

전자는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한 시간이기에 받아들임이 쉽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자의와 상관없이 오는 것이기에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신다.

오늘 새벽 3시 얼마 전에 사연으로 올렸던 무연고 할아버님 께서 생을 마감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주민센터 앞 공터에서 간단한 운동도 하실 만큼 삶에 의지가 대단하셨던 분이었는데... 오래전 어른들이 밤새 안녕이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났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졌기에 그런 말씀들을 하셨을 것이다.

방문 요양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이렇게 어르신처럼 급히 관계 정리를 하시는 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그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내게서 익숙함을 떼어내야 하는 과정이 아직은 낯선가 보다.

옛시조에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닲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이 못 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라는 글이다.

늘 이별하는 순간이면 떠오르는 시조인데,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슬픔 속에 보낼 수 없지 않은가,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또다시 이별 연습하러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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