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어제 등단 패를 받았어요.
사실 지난 5월 입상으로 등단이 되었다곤 하지만 11월 8일 등단식까지 기다려야 했거든요.
이미 몇 년째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단 패나 인증서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받고 보니 알 수 없는 중압감이 생겼답니다.
등단이라는 말이 ‘문학의 세계로 올라선다’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어쩐지 오히려 한 계단 내려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천둥벌거숭이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또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살아가는 단어들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된 느낌이랄까.
아무튼 조금은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순간의 감정과 정리되지 않은 상상을 옮겨 적는 일에 몰두했었기에 다소 어수선했지만, 나름 그 혼란도 매력 있었는데....ㅎㅎ
이제는 거기에 보태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생각해야 하니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앞으로의 시는 개인적인 서사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주제로 삼아야 할 것 같아요.
제 시를 읽고 너무 슬퍼 한참을 울었다던 구독자님의 얼굴이 생각나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것이 이름을 찾은 대가이겠지요.
비로소 느껴지는 ‘등단’이라는 말속에 숨겨진 의미를 새삼 깨달으며 몇 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서툴고 모자라지만, 이제 정말 ‘시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려도 부끄럽지 않도록 매진해야겠어요.
이름을 얻었다는 건,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 이니까요.
그리고 믿고 응원해 주신 구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