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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의대생 Jul 27. 2024

문학의 다정함을 사랑한다는 것

<책 추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

책을 읽을 때마다 활자가 독자에게 주는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느낀다.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울고 웃으며 삶의 방향성을 깨닫기도 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감정이 가득 담긴 문학을 사랑했다.

수능 공부를 할 때는 당대의 독특한 문체가 담긴 현대소설을 좋아했고 시험 중 짤막하게 잘린 고전소설 한 문단을 읽고는 원작을 찾아 읽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다. <운영전> 속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몇 번이고 읽었고 

<광장> 속 복잡한 심리와 절묘한 비유를 찾는 것이 즐거웠다. 수능 지문에 불과한 소설들을 사랑하던 고등학생은 성인이 되어 매일 도서관을 가는 대학생이 되었다. 끌리는 대로, 손에 잡히는 책들을 읽었고 가볍고 재미있던 책도, 가슴 속에 깊이 남는 책도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책들을 골라 볼까 한다. 나는 책과 함께 살아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책을 읽고 싶을 때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책장에서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꺼내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책을 덮은 후 읽기 전과 달라진 내 감정을 느끼면서 그 따뜻함을 음미하는 시간이 정말 좋다.


1. 미리암 프레슬리 -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책의 주인공인 14살 할링카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여자아이이다. 어머니에게 학대받아 이모에게 맡겨졌고 양육권을 찾지 못해 고아원에서 자랐다. 이런 할링카에게 '행복'이란 멀고 먼 것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할링카는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사소한 행복들을 기억하는 아이였다. 아껴놓은 버터를 발라 먹는 빵, 비밀 공간에 숨어 좋아하는 글귀를 적는 일기장, 로우 이모에게 오는 편지, 좋아하는 냄새의 물건 등이 그것이다. 좀처럼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던 할링카는 책의 마지막쯤에는 친구가 생긴다. 비로소 할링카는 행복을 느끼고 그것은 사소한 행복들이 쌓여 만든 결과일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할링카는 로우 이모에게 가는 기차표를 끊고 친구 레나테와 함께 사랑하는 이모를 만나러 간다.


"로우 이모, 친구 한 명과 함께 가면 안돼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발, 로우 이모.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사>로 쓰는 사랑 말이에요."

그러자 이모가 말했다.

"짖궂기는! 사랑은 아주 중요한 단어야. 사랑을 <사>로 쓴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좋아, 친구와 함께 와도 된다."

이모가 웃었다. 나는 이모가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그동안 잊고 살았었다. 목이 간지러워서 거의 말을 잇기 어려웠다.


 이모, 사랑하는 로우 이모. 설탕만으로도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는 행복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 무척 아끼는 책들 중 하나이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코 행복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할링카를 보며 미소가 지어진다. 결국 삶이란 행복을 찾는 긴 여정일 뿐이다.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할링카의 성장을 보며 이것이 나의 사소한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2. J.D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은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까지 청춘의 아픔과 방황을 잘 담아낸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전부 주인공 홀든의 내면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금 외설스러울 만큼 그 내면이 적나라하게 모두 드러나 있다. 학교 친구에게 엄청난 질투를 느끼고 주먹싸움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찾아갔다가 차이고 외롭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저 청소년의 방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홀든은 동생 앨리가 백혈병으로 죽은 슬픔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순수를 간직하고 있지만 반항적인 홀든은 이 일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수없이 방황하다 결말에는 아픔을 토대로 한 단계 성장하고 자신의 마음 속 소망을 드러낸다.


" 내가 할 일은 누구든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 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 

바보 같은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호밀밭의 파수꾼>은 앞서 소개했던 책과는 달리 조금 거칠고 진솔한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이 아픔을 가지고 여기저기 떠돌다 방황을 토대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다른 의미로 위로가 된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만의 아픔을 간직한다. 그 아픔을 겪고 나아가는 홀든의 모습은 공감과 함께 나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하는 것만 같다.


문학은 누구든 작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한다. 책을 덮으면 마치 내가 한 단계 성장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위의 책 두 권은 가까운 책장에 놓아두고 기분이 울적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면 종종 꺼내 읽는다. 책 속 주인공이 많은 감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마음이 따끈해진다. 나의 위로를 나누어 보이며 꼭 한 번 읽어 보고 함께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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