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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전마케팅학회 KUDOS Apr 16. 2024

제2차 해운동맹 재편, 왜 일어났으며 파급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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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이란?

해운동맹이란 항로가 겹치는 정기선을 운용하는 정기선사들간 운송운임 및 영업조건 등을 협정하는 일종의 해운에 관한 국제 연합체를 말한다. 해운사들은 해운동맹을 통해 동맹 내 타 해운사 선박의 *선복량 일부를 할당 받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복공유 및 선복교환이 가능해진다.

*선복량: 배에 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해운사의 경우 연료유, 각종 운항비,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선박에 화물을 많이 실으면 실을수록 비용은 절감되고 이익은 늘어나기 때문에 대형 선박 도입을 선호한다. 하지만 초대형 컨테니어선 기준 건조하는 데만 2억 2500만 달러가 드는 등 많은 비용이 들기에, 현실적으로 한 해운사에서 여러 대형선박을 충분히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처럼 충분한 대형선박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 항로의 배선 간격이 늘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해운사와 일정과 노선까지 겹치게 되는 경우엔 충분히 화물을 실지 못한 채 출발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한번 운행에 충분한 화물을 싣기 위해 과도하게 운임비용을 낮추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출혈 경쟁은 양 해운사 모두에게 손해이기에 동일 노선의 경우 운임비용을 동일하게 받는 해운동맹이 필요하게 되었다. 해운동맹을 이용할 경우 해운사는 상호 간 항로를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단일 해운사일 때 보다 더 많은 항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선박까지 공유함으로써 무리하게 새로운 선박을 투입 시키지 않아도 더 많은 항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해운동맹은 2017년까지 2M, G6, Ocear3, CKYHE까지 크게 총 4개가 존재하였지만, O3를 이끌던 ‘CMA-CGM’은 현재의 수익과 투자로는 효과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새롭게 해운동맹을 재편하고자 하였다. 이에 ‘CMA-CGM’은 당시 높은 실적으로 부상하고 있던 중국 해운사들과 함께 새롭게 ‘Ocean Alliance’라는 해운동맹을 출범시켜 2M과 함께 양강체제를 이루고자 하였다. 앞서 언급하였듯,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한번 운행에 많은 양의 화물을 옮기는 것이 중요하기에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것은 해운사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이에 나머지 기존 해운동맹 가입 해운사들은 생존을 위해 제3의 해운동맹인 ‘The Alliance’을 창설하여 대응하고자 하였다.

 

출처: 뉴스웍스

*규모의 경제: 기업의 생산 규모가 증가할 때 생산량의 증가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증가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경우를 의미. 해운업의 경우, 대형선박을 많이 보유할수록 실현된다

2017년 해운동맹 1차 개편 이후 ‘Ocean Alliance’은 당초 목표했던 것처럼 23년도 기준 시장점유율을 33.7%까지 끌어올리며 규모를 키우는데 성공하였고, ‘The Alliance’도 거대 해운사들이 대거 탈주한 상황에서도 15.3%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등 Big3체제는 2023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23년 1월, 시장점유율 약 35%를 차지한 가장 큰 규모의 동맹이었던 ‘2M’이 25년 1월 기점으로 동맹 해체를 선언하며 해운동맹의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특히 ‘2M’의 경우 세계 해운 시장 1,2위 기업으로 이뤄진 동맹이었기에 이번 제2차 해운동맹 재편은 해운업 및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다.

그렇다면 2M은 왜 동맹 해체를 발표하였을까?

코로나 시기 백신 등의 의약품과 위생용품 수송, 보복 소비로 인해 화물 운송량이 크게 늘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저가 운임 경쟁으로 인해 약 10년간 새로운 선박을 거의 발주하지 못했던 해운업계가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운임비가 크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2020년 489p까지 내려갔던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2022년 3000p대까지 상승하였고, SCFI 지수는 5000p까지 치솟으며 해상운임이 이전 대비 6~8배 가량 상승하게 되었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 발틱운임지수. 선복량 1억 5000t 규모 이상 벌크선의 화물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로, 배들이 원자재를 '얼마나 많이' 싣고, '얼마나 자주' 돌아다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

이를 통해 해운사들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년간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이는 과거 60년간의 수익을 전부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2M 해운동맹의 일원인 ‘MSC’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대형선박을 대량 발주하였는데, 2023년 173만 TEU분량의 컨테이너선을 주문하면서 2025년경에는 633만 TEU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위 해운동맹 ‘The Alliance’의 전체 선복량인 583만 TEU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즉, ‘MSC’는 단독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2M 해운동맹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규모의 경제’에 집중한 ‘MSC’와 달리 ‘머스크’는 선박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대신 해운기반 물류업에서 나아가 종합물류기업으로 변모하고자 하였다. 2018년 ‘머스크’는 해운에 국한되지 않고 육상과 항공 등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수직 통합, 즉 ‘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대형화물 육상운송기업 ‘파일럿 플레이트 서비스’, e-커머스 물류기업 ‘비저블 SCM’, 무역·통관 컨설팅 서비스 ‘GTCC’ 등 비해운부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각자의 사업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공동의 목표설정이 어려워진 점 역시 2M 해운동맹 해체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종합물류기업: 화물운송, 물류시설운영, 물류서비스업 등 물류체계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기업

또한 2M의 해체에는 외부 환경적 요인 역시 작용하였다. 미국의 경우, 일종의 담합행위인 해운사들의 운임비, 운송조건 등에 관한 공동행위에 대해 직접 시정조치가 불가능했으며, 재판결과를 바탕으로 행위를 금지시키는 간접 시정조치만 가능하였다. 하지만 21년 12월 발의된 ‘해운개혁법 2021’과 22년 발의된 ‘해운개혁법 2022’이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서, FMC는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직접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법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해운동맹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Big3 해운동맹들에 속한 해운사들은 쉽게 규모를 키울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곧 해운동맹 해체의 계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해운업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하지는 와중, 2023년 10월 EU의 유럽위원회도 2009년 도입하였던 유럽의 경쟁법 적용을 면제하는 ‘독점금지법 적용 제외 규정(이하 CBER)’을 2024년 4월 기점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CBER이 폐지됨에 따라 향후 해운동맹은 시장점유율이 30%가 넘을 경우 EU의 반독점 규정의 적용을 받아 *카르텔로 간주될 수 있다. 카르텔로 간주될 경우 EU 집행위에서 이를 해체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에 규모를 늘리는데 집중하던 해운동맹에게 치명적인 조치이다.

*카르텔: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의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등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를 의미

제2차해운동맹 재편이 기존 해운동맹 및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1) 기존 해운동맹

우선 기존 Big3 해운동맹 중 하나였던 ‘The Alliance’의 변화가 예상된다. ‘2M’과 비슷한 규모였던 ‘Ocean Alliance’가 ‘2M’ 해체 소식에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안정적으로 2기존 동맹 체제를 연장할 것이라 밝힌데 반해, ‘하파그로이드’라는 구심점을 잃은 ‘The Alliance’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대로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할 경우 ‘The Alliance’에는 대만, 일본, 한국 해운사만이 남게 되어 유럽 노선의 일부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24년 기준 18.4%까지 올라왔던 시장점유율은 11.6%로 추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어느 해운동맹에도 속하지 않은 타 해운사들의 영입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규모적 측면에서 ‘하파그로이드’를 대체하기 어려워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2) 해운업

국내 해운업의 경우, 코로나가 종료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동량은 줄은 반면, 공격적인 선박 확충으로 선박 공급은 급격히 늘어나 선박 과잉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과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저가운임경쟁이 일어났던 2010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MSC’가 단독 운행 방향성을 고수할 경우, 사실상 해운동맹은 Big3 체제에서 Big4 체제로 분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해운업 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의 경우 ‘MSC’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겼던 만큼, 1위 탈환을 위한 경쟁이 격화되어 저가운임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미 중장기 계획 발표로 코로나 특수를 통해 벌어들인 약 12조여원의 돈을 대부분 투자로 전환하게 될 HMM은 지속적으로 운영할 자금여력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펀드 개설 등 유동성 공급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3) 물류업

현재 부산항의 신항 1,3,4부두는 ‘HMM’과 ‘하파그로이드’가 속한 ‘The Alliance’와 지난 2021년 터미널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The Alliance’에는 세계 6위 해운사인 일본의 ‘ONE’, 세계 9위 해운사인 대만의 ‘양밍’도 속해있기에, ‘The Alliance’는 부산항에서 매년 620만TEU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하파그로이드’가 ‘The Alliance’ 이탈할 경우, 처리할 화물이 대폭 감소하면서 신항 1,3,4부두의 운영사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제미나이 코퍼레이션’은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통해 허브 항만 간 간선노선을 최대한 간결하게 운영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기에, 부산항에 허브 항만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4) 조선업

해운업, 물류업과 다르게 조선업은 긍정적 전망이 예상된다. IMO가 EEXI와 CII규제를 통해 화물을 운송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규제하고자 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CII규제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여 선박에 A~E까지 등급을 부여하고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 판정을 한번이라도 받게 되면 운항을 제한하도록 할 예정이기에,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제2차 해운동맹 재편으로 공격적인 선박 확충이 이뤄지는 지금, 대표적 친환경 선박인 LNG선의 시장점유율 88%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에는 호황이 예상된다.

5) 정부

산업은행의 경우 제2차 해운동맹 재편으로 저가운임경쟁 리스크가 커지자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이에 ‘공공기관 혁신계획안’을 통해 2025년말까지 민영화를 완료할 것이라 밝히며, 실제 하림에게 인수 되는가 싶었지만, 규모가 작고 단기적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인수라고 본 정부는 매각을 거부하면서 민영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 등으로 인해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는 산업은행은 재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한편, 해양진흥공사는 산업은행과 입장과 달리 민영화에 보수적이다. 당초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사의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에 지분을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 아닐 뿐 아니라, 관계자에 따르면 “HMM은 해양진흥공사의 최우선 포트폴리오이기도 하다”고 밝히는 등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또한 공적자금회수가 시급한 산업은행과 달리 앞서 말한 해양진흥공사의 목적인 ‘해운사의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다가오는 해운업 위기에 수월한 지원을 위해서 일부 지분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산업은행이 원하는 민영화는 이른 시일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민영화 추진이 장기화되자 산업은행 역시 민영화 추진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 합은 약 40%가 넘는다. 이는 실질적 경영권 행사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인수를 희망하는 민간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림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밝혔던 만큼, 현 상황에서 경영권의 위협과 저가운임경쟁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할 새 민간기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장기화되자 산업은행은 오히려 *연기금 등의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국민기업 형태로의 전환 방향성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2차 해운동맹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 속,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 1  

선복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코로나 종류 이후 줄어든 물동량에 맞춰, HMM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루트 개척이 필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HMM은 중국 직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화물 운송 수요를 올리고자 할 것이다.

# 2

친환경 선박 수주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등 조선업에서도 ESG관련 이슈가 가시화됨에 따라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점유율 하락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삼성자산운용(KODEX)은 ‘ESG 조선업 ETF’ 상품을 출시하고, 관련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해당 상품의 투자를 효과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번 해운동맹 2차 재편으로 많은 변화가 예견된만큼 국내 해운업을 비롯한 전후방산업들의 긴밀한 대처를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조재혁

xkdlxks08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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