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이게 훈육인가, 괴롭힘인가?
제발 너 같은 딸 낳아봐라!!
가장 처음으로 기억나는 엄마한테 혼났던 일은, 6살 정도 됬을때다.
엄마가 잠깐 장을보고 올테니, 혼자 집에 있으라고 했다. 나는 혼자 있는게 싫었지만 별 생각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베란다 문을 통해서 보니 엄마가 돌아오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엄마!!!!" 하고 부르고 신이나있었다. 그런데, 내 반가움과는 반대로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야!!!!!창가에 매달리지 말랬지!!! 어??" 나는 반가움만 가지고 있었지, 혼날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냥 놀라서 울었던 것 같다. 사실은 이게 별거 아닌 일 일 수 있다. 그런데 왜이렇게 기억에 생생한지..
그리고, 저녁에도 종종 엄마가 나를 두고 장을 보러갔는데, 나는 10살때까지 외동이어서 혼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집이 2~3층 정도라 창 밖에 나무의 큰 그림자가 흔들리는데 그게 너무 무섭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엄마가 큰 이모의 맥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나를 데리고 갔었는데 나는 그 4~5시간동안 가게에 딸린 비좁은 방에서 혼자 벽보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하며.
그 후로는 나는 엄마가 나를 두고 가서 TV에 나오는 꿈을 자주 꿨다. 내가 엄마를 찾으러 동네 언덕을 울면서 내려가는 꿈.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닌 꿈일 뿐이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엄마는 나를 버리진 않았다. 그리곤 항상 말했다. "다른 엄마들은 자식버리고 나가는데,
나는 안버리니 너는 엄마만난걸 다행인줄 알아"
'그래. 정말 다행이야. 우리엄마는 나를 미워할때도 있고 혼내기도 자주혼내지만, 버리진 않잖아. 좋은엄마야'
나도 모르게 이처럼 생각했다.
그렇게 초등학생이 되고, 초등학교때도 많은 일로 혼났었지만 너무 잦아서 딱히 쓸 일은 없다.
한 두번은 엄마가 나를 또 별것도 아닌걸로 크게 혼내고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닐때, 아빠도 꼴보기싫다며 나가라고 했고 아빠는 내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갔다.
나는 그때가 아빠랑 있었던 제일 행복했던 기억이다. 엄마는 잊고, 아빠랑 바이킹을 처음으로 타며 맛있는것도 먹고 너무 즐거웠다. 물론, 집에 돌아가서 또 화난 엄마의 얼굴을 보기에는 숨막혔지만 그 순간은 주말답고 좋았다. 그리고 종종 엄마한테 혼나면 아빠는 엄마몰래 계란후라이를 방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나는 울면서 방에서 혼자 후라이를 먹었고, 그래도 아빠는 나를 사랑하는데 엄마 힘이 너무 쌔서 못말리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이 끝나고, 중학교가 되었다. 이제 제법 키도 크고, 다른 애들처럼 사춘기도 왔다.
엄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춘기 훈육을 빙자하여 나를 괴롭게하기 시작했다. 기억이 나는 게 정말 많은데, 하루는 나도 친구들처럼 앞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물론 안된다고 할 수는 있지만 엄마는 또 성질을 버럭내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가 다른애들하고 얼굴이 똑같다고 생각해? 너는 앞머리 내리면 더 못생겨져 입도 튀어나와가지고' 라며 경멸에 찬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나는 억울했다. 그래도 억울한 마음에 나도 울면서 '그래도 자를 수 있지!'라며 계속 말하자 엄마는 본인이 가위를 위협적으로 들고오더니, 내 머리를 아무렇게나 붙잡고 앞머리를 뭉텅 잘랐다. "자 봐봐, 맘에들어?" 라고 하며. 나는 솔직히 위협을 느꼈다. 가위로 내 앞머리가 아니라 나를 찌를 듯이 공격적으로 짤랐기때문이다.
엄마는 내 앞머리를 잘라놓고도 계속 "거봐 안어울린다고 했지. 뭐 앞머리가지고 난리야"라며 성질을 냈다.
이런일은 중학교 시절 내내 계속 됬다.
하루는 가방을 살때가 되서 엄마가 겨우 돈을 줬는데, 내가 그 때 유행하던 컨버스가 그려진 가방을 사왔다. 친구들도 매는 가방을.
그랬더니 엄마가 갑자기 노발대발하더니 "너 내가, 이렇게 코딱지 만한 가방사라고 돈준줄알아? 야, 정신이 나갔구나 니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내가 사온 가방을 가위로 싹뚝싹뚝 다 잘라버렸다.
나는 그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던것 같다.
나는 내가 왜 살아있는지, 내 존재의 가치는 무엇인지 그때부터 자꾸 우울해져가기 시작했던것 같다.
학교에서는 활발한데, 집에만 가면 지옥에 갔다 천국에 갔다 왔다갔다 했다.
집이 너무좋다가도 엄마 마음에 하나라도 안드는 날이면 그날은 지옥이었다.
이제는 소리를 지르고 욕하는 것도 모자라 학교를 가려고 문을 나섰는데 "나랑 해보자는거야? 미친년, 니같은 딸낳아봐라 개같은년" 이라면서 학교를 가서 뭐하냐고 나를 잡아댕겼다.
나도 오기가 생겨서 울면서 퉁퉁부은 눈으로 그냥 나갔는데, 엄마가 계속 전화가 와서 나도 폭발해서
"진짜 어쩌라고!!!!!!!!" 라고 소리치고 끊었다. 당연히 옆에 있던 친구는 너무놀라 눈이 똥그래져서 나를 바라봤고..나는 그모습에 한번 더 울고 싶어졌다.
엄마는 그후로 폭언 문자를 보냈고, (대략 개같은년, 너는 들어오면 죽는다 등) 나는 학교에서는 잊고지냈지만 하교할 시간 쯤 또 초조해졌다. 그래도 집에는 가야하니까...집에 가는 길이 지옥이었다.
그치만 어릴 때 나름 스스로 습득해 사회생활을 잘했던 것 같다.
뭘 잘못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집앞에 가서 "엄마!!! 나 문열어줘!!" , 안열어주니까 "미안해!! 잘못했어" 라고 사과도 하고 ...그렇게 문은 잠긴채 밤이 되서 아빠가 오기 직전 문을 열어줘서 들어가서 또 썅년 소리를 듣고 방에 들어가있기도 했다.
이건 빙산의 일각인데...이런 일화들을 생각해보면 엄마를 내가 고소하고 신고해도 모자르지 않을것 같은데
부모가 뭐라고...이런 일들은 다 잊고 효도할지말지를 고민 하고있는지.
새삼 내가 안쓰럽고 불쌍하다...나 스스로를 아껴줘야되는데 ..쉽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