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가 아닌 나에게서 행복을 찾기 위해
20대 초반 첫 연애부터 30대 후반 지금까지를 돌이켜보았을 때, 내가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는 상대방과 같이 데이트할 때였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이 로맨틱하다는 자뻑에 도취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관계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성향이라는 것을 깨닫고나서 다시 나를 돌아보는 때가 되니 나는 나 혼자일 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구나 싶다.
연애를 하루도 안 쉬고 했던 것은 아니다. 이혼하는 과정 2년은 어쨌든 관계가 이어져있기는 했었지만 사실상 혼자인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숨막히고 우울했다. 첫 1년은 설득하고 되돌리려 노력하느라 진을 다 빼며 보내고, 다른 1년은 더 이상 이렇게 보내서는 안된다며 꾸역꾸역 내 할 일을 하고, 다시 친구들을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며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려 온갖 애를 썼다. 뒤의 1년은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내는 시간이기는 했지만 홀로 서는 방법을 익힌 시간은 아니었다. 다음 연애에서 상대 부모님의 (내 이혼경력에 대한) 반대로 헤어지고 나서도 우울함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오로지 학업 완료를 목표로 달렸다.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나는 성공했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충분히 나와 그 관계를 돌이켜보고 내 마음이 정말 괜찮아지도록 치료하지 않은 채 그저 당시의 힘듦을 잊기 위해 다른 중요한 무언가에 내 관심을 100% 쏟아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 때의 내 마음을 들여다 볼 기회를 놓쳤었다.
애정관계에 놓인 나라는 존재를 이제서야 들여다 보니 미성숙함이 많이 보인다. 혼자 있을 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시간을 죽이는 목적으로 하는 행동이나 취미 말고, 정말 내 마음이 배부르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지금까지의 나에게는 이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수다였는데, 이것 역시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니 혼자 있을 때의 '이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 이것을 잘 찾아내어 내가 나로서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뿌리를 땅에 단단히 박고 싶다. 그 다음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관계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건강하게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