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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Mar 18. 2024

미심쩍지만 괜찮은 결과

2024.3.17 vs. 안산 @와스타디움


그래, 만만한 거리라서 안산도 가보기로 했다. 원정석 5000석이 열렸고 4700석 정도 예매된 걸 보고 출발했다. 비지정석이라 그런지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원정석에 들어가기 위한 행렬이 아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와스타디움에 이런 장관이 펼쳐진 적이 또 있었을까 싶다. 강등이 쓰라리긴 하지만 K2리그의 발전에는 수원이 분명 큰 한몫을 하고 있으리라.


원정석 입장과 매점 운영 및 화장실까지 경기장 시설이 괜찮았다. 지정석이 아닌 것이 아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석이라는 의미이니 서두르기만 하면 괜찮은 시야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라 받아들인다. 그런데 바람이 몹시 매섭다. 그런 추위에도 집관보다는 현장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마음과 내친김에 반팔 유니폼만을 입고 열정을 뽐내는 기개들 때문에 움츠러있을 수만은 없었다. 원정석이 빼곡히 채워진다.


지난 두 경기에서 느껴지만 수원의 경기력은 아직 팬들의 각성만큼 따라오질 못하고 있다. 1부 리그에서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잦은 백패스로 위기의 순간들이 많았고 공격의 루트가 너무 뻔했다. 스피드 있는 선수들이 공간에 균열을 만들어야 다양한 공략이 가능할 텐데 수비수에 걸리거나 몸싸움으로 튕겨 나가기가 일쑤였다. 그래도 툰가라의 움직임은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전반전은 성과 없이 지나갔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공격력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중심부 바깥에서 침투 기회를 노리는 전진우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결국 전진우가 얻어낸 코너킥 찬스에서 수비수 한호강이 헤더골을 성공시킨다. 너무도 깔끔한 골이었다. 원정석은 잠시 추위를 잊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에도 여러 번의 찬스가 있었지만 골대를 맞히거나 의미 있는 마무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에 안산의 공격은 언제나 위협적이었다. 양형모가 아니었다면 실점했을 순간도 있었다. 전체적인 경기력으로는 안산을 압도했다고 말할 수 없으나 어쨌든 한 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고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축구는 결과가 지배하는 스포츠다. 선수와 감독을 아무리 욕하다가도 승리가 결정되면 모두가 하나로 뭉쳐 환희를 만끽한다. 자리를 떠나지 않는 팬들은 그들 앞에 어느 선수라도 가까이 와주길 바란다. 선수가 그들 앞에서 무슨 행위라도 해주길 바라고 어떤 몸짓을 하든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에 보답하는 함성과 선물을 아낌없이 투척한다. 그런 무조건적인 헌신과 대답의 풍경이 너무 보기에 좋다.


염기훈 감독에 대한 말이 많다. 팬들은 감독을 비난할 자유가 있고 감독은 고집을 피울 권한이 있다. 감독과 팬들의 대치 상태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가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 와중에 이렇게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간다면 불편한 신경전은 팀에게 결국 득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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