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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Mar 26. 2024

행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 그 사이

2024.3.24


사진은 참 여러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담으려고 목적한 대상물 외에도 담긴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어느 순간의 모습일 뿐이라

그전과 후에 벌어지는 진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척 보여주기도 하고

진실인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일으킵니다.

그것은 순간이 우리를 속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흥미롭고 그것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그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2024.3.24 잠실야구장


왼쪽 편에 모인 선수들은 누군가를 헹가래 쳐주고 있다. 공중에 떠있는 선수가 뭔가 기념적인 일을 해낸 것 같다. 기분이 좋은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고 그것을 온 선수가 모여서 자축하고 있는 듯하다.


오른편에는 그 경기의 상대팀인 듯한 선수들이 모여있다. 서있는 위치들이 한 곳에 응집된 형태는 아니라서 뭔가 결속이 덜 된 듯한 느슨함을 보여준다. 그들의 시선은 헹가래 치는 상대편 선수들에게 모여있다. 경기에 진 선수들이라면 부러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자축 풍경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것일까?






이 사진은 2024년 잠실 개막전의 두 번째 경기 직전 촬영한 모습이다. LG트윈스 정주현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고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더 이상 선수로 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날 경기는 원정팀 한화이글스가 8:4로 승리했다. 그러니 그날 하루는 LG트윈스 선수를 부러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선수들은 어떤 부러움이나 동경의 마음 없이 그저 일상적인 시선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한화이글스의 맨 왼쪽에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다. 전날 12년 만의 복귀전에서 4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그는 아마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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