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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Mar 30. 2024

고립이 주는 안정감

2023.7.13


2023.7.13 서울


가족이나 친구들과 숙소를 고를 때는 이것저것 깐깐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나 혼자 묵을 곳을 고를 때는 교통 접근성과 가격만 따진다. 주로 목적지와 가장 가깝고 저렴한 모텔을 이용한다. 깔끔한 호텔은 가격과는 별개로 어딘가 거리감을 주는 듯한 기분 때문에 선호하진 않는다.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 형식적인 격식 뒤에 속마음을 감춘 사이 같아서 친근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모텔의 그 자유로운 고립감이 좋다.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 멍하니 티브이를 보곤 한다. 시간을 너무 공허하게 보낸다는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자유로운 자세 속에서 느끼는 그런 불편한 마음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며 즐긴다. 잠을 못 자서 제정신이 아닌 날 다음 일정을 위해 혼자서 대실을 한 적도 있다. 휴식이 필요할 때 고립적인 공간을 찾는다. 그곳은 나에게 효과가 있다.


사진 속 공간도 고립감이 느껴지지만 너무 깔끔한 분위기를 풍기므로 저렴한 모텔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런 조명에서는 내가 즐겨 마시는 소주보다는 와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탁자에 올려져 있는 음료가 술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너무 깨끗하고 단정한 곳은 부담스럽다. 왠지 인간적이지 않아 보인다.






사진 속 장소는 서울 신도림역 근처의 한 카페다. 그 카페에는 쿠션이 있는 편안한 자리와 넓은 테이블이 화려해 보이는 자리도 있었지만 나는 마치 벽장처럼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구석 자리에 들어갔다. 일행과 함께 갈 경우 마주 보고 앉을 수 없는 구조로서 정면으로 앉으면 바로 앞에 하얀 벽만 보이는 자리다. 은은한 조명이 고립감을 고조시켜 주면서 나는 편안함을 충전한다.


나 같이 내향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그 공간에 있고 싶고 나를 바라보고 의아해하고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몹시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불편함을 더 많이 감수해야 한다. 부족함 없이 어느 순간을 지날 수는 없다.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홀로 고립된 상태가 가장 평온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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