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편에 모인 선수들은 누군가를 헹가래 쳐주고 있다. 공중에 떠있는 선수가 뭔가 기념적인 일을 해낸 것 같다. 기분이 좋은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고 그것을 온 선수가 모여서 자축하고 있는 듯하다.
오른편에는 그 경기의 상대팀인 듯한 선수들이 모여있다. 서있는 위치들이 한 곳에 응집된 형태는 아니라서 뭔가 결속이 덜 된 듯한 느슨함을 보여준다. 그들의 시선은 헹가래 치는 상대편 선수들에게 모여있다. 경기에 진 선수들이라면 부러운 마음으로 상대방의 자축 풍경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것일까?
이 사진은 2024년 잠실 개막전의 두 번째 경기 직전 촬영한 모습이다. LG트윈스 정주현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고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더 이상 선수로 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날 경기는 원정팀 한화이글스가 8:4로 승리했다. 그러니 그날 하루는 LG트윈스 선수를 부러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선수들은 어떤 부러움이나 동경의 마음 없이 그저 일상적인 시선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한화이글스의 맨 왼쪽에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다. 전날 12년 만의 복귀전에서 4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그는 아마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