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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Jun 12. 2024

영원한 밤에 뒤섞일 것들

마르셀 프루스트 <거울 속의 나비 잡기>



지난 주말은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미션이 있는 이동이었지만 머물던 장소의 이탈은 여행이나 다름없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과 맹목적으로 어느 한 집단을 응원하는 사람들 옆에 있었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같은 편 사람들 속에 하나의 작은 성분으로 놓여있을 수 있었다. 일상은 그저 적을 공격하거나 적을 피해가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여행이 없다면 나는 피하지 못한 적의 공격에 삶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 하나가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빛나게 만들기도 한다. 빛이 있다는 걸 그늘을 통해 알게 되지만 그 어두운 자리를 보면서 날이 어느 정도로 좋은지를 알게 된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흘러가는 게 느껴진다. 그림자의 각도가 바뀌고 구름의 위치가 바뀐다. 이제는 좋은 순간에 그것이 곧 과거가 될 것이고 잠시 후 과거가 된 흔적을 알아챈다.




추억




그것은 불이 타오르듯 삶을 소생시키지만

그보다 더한 속도로 현재를 무력하게 만든다.




2024.6.8 군산 비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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