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의 긍정적 측면인 미와 낭만은 순간적이다. 일상의 물리적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고 대부분 감상으로 머물다 떠날 뿐 일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에 비해 폭설의 부정적 측면은 거대하다. 일상의 일부는 물론 인생의 일부까지 범위를 뻗칠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누군가의 인생을 끝장내버릴 수도 있다.
긍정의 힘은 이렇게 나약하다. 웃음과 행복은 너무도 일시적이고 상처와 불행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결과와 효율에서 긍정은 부정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결과라든지 효율이라든지, 마음이 존중받기 어려운 가치들로 둘러싸인 이 세계에서 결과와 효율을 잠시라도 무력화시키는 순간의 희열이 인간에겐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시간 늦게 허겁지겁 카페로 뛰어 들어와 미안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연인의 얼굴을 마침내 보았을 때, 기다린 한 시간은 물론 그전까지 누적되어 온 일상의 각종 피로들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는 마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