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세상
초야에 묻혀 은자처럼 살더라도
가슴은 언제나 붉은 열정으로 그득하기를.
버려진 땅 일구며
작은 들꽃 안주 삼아 싸구려 막걸리 마시더라도
한결같이 지성 번득이며 날마다 지평 넓히기를.
빛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서
창백하게 울고 초라하게 고뇌하더라도
정신만은 저 광야에서 형형하게 빛나기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불러주지 않더라도
위험한 발상도 결국 아름답게 귀결되는
위대한 신의 계획에는 늘 동참하기를.
하늘에 의해 버려진 듯 길게 늘어진 시간.
죽을힘 다해 뛰어봐도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희망.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인생
오롯이 낙차 키우는 과정임을
우주 배경삼은 장대한 가슴으로 말할 수 있기를.
온 우주가 합심하여 몰아세우고
친구와 연인조차 나를 믿지 못해 경멸하더라도
전위에 선 아스라한 정신
비루하게 추락하지 않기를.
우주 시작될 때의 그 약속 잊고
그대 날 버리고 가더라도
그대 낳고 기른 엄마처럼
홀로 떳떳하고 우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