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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북스 Mar 10. 2023

『카탈로니아 찬가』
"무정부주의의 유일한 실험실"

<조지 오웰> 3편


[ 전체 줄거리 ]

  

이 책은 사회 이념의 격전장이자, 2차 세계 대전의 예고편으로 불리는 '스페인 내전(193~1939)'에 직접 참전했던 조지 오웰의 경험과 그의 사회적 이념을 진솔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1936년 스페인에서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주축이 된 인민전선 내각이 성립되었고, 이에 반발한 프랑코와 군부 세력이 반란을 일으키며 내전이 발생합니다. 이 내전은 파시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군국주의 등 20세기 초중반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다양한 사회 이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파시즘 세력이 유럽을 지배해 가는 양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영국인 조지 오웰은 본래 기자의 역할로서, 취재거리를 찾아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카탈루냐)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방문했습니다.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은 그곳에서 노동자 혁명의 성공을 목격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의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무정부주의의 유일한 실험실'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당시 바르셀로나는 노동 계급이 사회를 지배하여, 어떤 계급이나 위계도 존재하지 않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구축되었습니다. 어떤 계급적 표현도 사라졌고, 인간은 자본주의의 부품이 아니라 인간으로 행동하고자 했습니다. 비록 계속된 전쟁과 물자 부족에 허덕여야 했지만, 계급적 지배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오웰은 이 도시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에 매료되어, 도시를 지키고자 직접 전선에 뛰어드는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전장에 투입되어 오웰이 보게 된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도, 기본적인 군수 물자도 존재하지 않는 오합지졸 병영에 불과했습니다. 그가 감탄했던 노동자들의 사회의 실상은 끊임없는 물자 부족과 배고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태로움이었습니다. 또한, 적군과의 전투는 없고, 추위와 배고픔, 졸음과 싸우는 일상이 지속되자 전쟁의 의미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낍니다. 스페인 내전의 명목은 '파시즘과 인민전선의 대립'이었고, 노동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 변혁의 주역으로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전선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바르셀로나는 어쩐지 이전과 같은 부르주아 사회로 회귀하였습니다. 부르주아는 다시 특권층이 되었고, 노동자 계층은 핍박과 차별의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급 사회로의 회귀를 만든 것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점입니다. 기본적 이념 가치와 달리, 소련과 공산주의자들은 스페인의 노동자 혁명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당대 소련은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로 인해, 혁명적 분위기를 막아야 할 실리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또한, 프랑코 전선을 물리치기 위해 인민전선 내부의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소련은 노동자 계급을 자신에 반대하는 트로츠키주의자로 규정하고, 도시 내 혁명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고자 했습니다.


오웰은 이러한 내전의 과정 속에서 군사적 목적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언론 보도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과정을 관찰합니다. 공산주의자 신문은 앞선 명분을 위해서 노동자 계급을 가짜 트로츠키주의자들로 규정하고, 거짓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립니다. 노동자들의 신문은 검열되어 사회적 목소리를 잃는다. 이는 본디 전체주의를 천명하는 파시즘뿐만 아니라, 공산주의가 주축이 된 인민전선에서도 노동 계급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음을 의미합니다. 오웰이 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해 발견했던 희망은 모두 사라졌고, 어느 쪽이 승리하던 노동자 계급에게는 또 다른 억압과 시련만이 존재할 것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전선에 돌아간 오웰은 전투 중 목에 총상을 입게 되고, 치료 이후 영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당장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정부는 이미 오웰이 속해있던 '통일노동자당'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을 반정부 인사로 체포하고 있었습니다. 노동 운동과 관련된 이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무기한 감금되고 총살되는 등의 정치적 탄압에 시달렸습니다. 오웰은 가까스로 탈출에 귀국에 성공하지만, 스페인은 결국 프랑코의 파시즘에 점령당합니다. 이로써 노동 계급의 희망, 평등 사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오웰은 자신이 직접 내전을 경험하며 느꼈던 희망과 좌절을 풀어내고, 자유를 추구하는 노동 계급이 오히려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그릇된 억압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 고전북스의 생각정리 ]


1. 바르셀로나는 진정한 노동자들의 도시가 될 수 있었을까?


영국인 조지 오웰을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게 한 원동력은 사회주의자로서 그가 꿈꾸었던 세상의 가능성을 바르셀로나에서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의 최종 지향점은 프롤레타리아 계급(노동 계급)이 공산 혁명을 통해 기독권 세력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체제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오웰이 경험했던 바르셀로나에선 이미 노동 계급이 자본주의 부르주아를 무너뜨리고,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의 꿈이 실현된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오직 노동 계급만이 주축이 되어 성공한 사회 혁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오웰은 그 도시에서 엄청난 꿈과 희망을 발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부푼 기대감과 달리, 바르셀로나를 노동자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웰이 경험한 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모습이었지만, 사실 부르주아와 기득권층은 잠깐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은 듯 연기를 했을 뿐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 사건이었다는 점은 그 도시가 온전히 노동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들게 합니다. 어쩌면 촉발하는 위험 가운데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부르주아의 전략적 양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사회의 지속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도시가 온전한 것이라고 부를 수 없는 큰 이유입니다. 지난 <동물농장>의 독후감에서도 지적했듯, 단지 눈앞에 보이는 권력의 전복만으로는 평등한 사회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나 생존 가능한지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기득권의 전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였습니다. 도시의 노동자는 물론, 오웰 역시 표면적 현상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진정한 목표 달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심지어 언론이나 대외 관계를 구축하지 못해서 다시 돌아온 부르주아를 막지 못했습니다. 기존 사회 체제의 전복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노동자들의 도시, 무정부주의의 도시는 결코 이룩할 수 없었습니다.



2. 이념적 가치 추구와 실제 발휘 양상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공산주의자와 노동 계급이 강하게 대립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흔히 알고 있듯이, 공산주의는 노동 계급의 공산 혁명을 시작으로, 모두가 핍박받지 않는 공산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이념적 지향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원류인 소련이 스페인의 노동 혁명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회 이념이 실제로 작동하는 과정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사상은 강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고, 이들은 하나의 가치만에 의해 작동하지 않습니다. 여러 시대적, 환경적 요소와 진영의 이익추구, 개인의 이기심이 모두 어우러져 특정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당시 소련은 주변국과의 동맹 관계, 외교 관계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타국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노동자 혁명은 도리어 그들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습니다. 아무리 이념적 가치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이익 추구행위에 맞지 않는다면 같은 진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프랑코의 파시즘이 도래하는 순간, 스페인에서 공산주의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스페인에서 공산 사회를 건설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당장의 혁명을 막고, 인민 전선의 단결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해 본다면, 소련의 혁명 반대 행위는 그만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소 과도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념이 작동하는 방식에서의 특수성은 오늘날 우리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라는 이념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이념 차이와 대립이 존재합니다. 어떠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은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철학에 따라, 구체적인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달리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회적 이념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념이 작동하는 과정에서의 역동성이 입장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가 갈등과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3.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진실은 무엇일까?)


오웰이 밝히는 <카탈로니아 찬가>를 집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고한 사람들(노동자)이 그릇되게(트로츠키주의자라는 누명) 비난받고 있다는 (공산주의자 언론에 의해) 사실'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추구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론에 의해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외부인들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입니다. 사회적 목소리를 갖추지 못했던 노동 계급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트로츠키주의자였고, 반정부주의자였으며, 파시즘의 프락치가 되었습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1984>나 <동물농장>에서는 사실의 확보를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합니다.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하고, 그것을 입증할 근거까지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퍼뜨려줄 사회적 목소리가 없다면 진실을 가지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사회적 스피커가 없다면 다른 집단에 의해 조작되고, 허무맹랑한 이미지 속에서 비난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지 오웰이 생각하는 진실이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요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회적 수단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어느 하나의 요소라도 잃게 된다면, 어떠한 사실도 진실이 될 수 없습니다. 진실을 구성하는 조건이 이렇게 복잡하다는 것은 결국 특정 집단이 권력과 정보를 독점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을 더욱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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