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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북스 Aug 13. 2023

『카프카 단편선 1』
카프카의 단편 작품을 위한 소개글

<프란츠 카프카> 5편

『실종자』

본 글에서는 카프카 단편 작품 <선고(판결)>, <시골의사>, <단식광대>,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유형지에서>, <굴>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프카는 삶의 유일한 목적을 문학에서 찾고자 했으며, 자신 스스로가 문학 그 자체가 되고자 했습니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그의 문학관은 삶 모든 곳에 투영되었고, 고독 3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 <소송>, <성> 3편의 장편 소설뿐만 아니라 수많은 단편 소설을 남겼습니다. 모든 작품을 불태워달라는 그의 유언을 지키지 않는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카프카의 작품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독후감이 그의 장편 소설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독후감부터는 그가 남긴 여러 편의 단편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 1. 선고 (판결, 1912년 집필) ]  "너는 티 없이 순수한 아이처럼 굴었어. 하지만 속은 악마 같은 인간이었어!"


▶ 상인 게오르크는 사업이 성공하고 유복한 상인의 딸과 결혼을 앞두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소식 알리기를 미루던 게오르크는 약혼 사실만큼은 숨길 수 없다며 이를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이러한 결심을 아버지에게 전달하자, 아버지는 그가 친구를 속인 비겁한 자라고 맹렬히 비난합니다. 아버지는 이미 자신이 그 친구와 소식을 주고받고 있으며, 게오르크가 아들이자 인간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그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아버지와의 만남 이후 충격받은 게오르크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다리 밑으로 몸을 던지며 작품이 끝납니다.

    

▷ 


[ 2. 시골의사 (1917년 집필) ]  "환자들이여, 기뻐하라! 너희 침대에 의사를 뉘었으니!"


▶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 밤중 시골 의사는 멀리 떨어진 마을에 급한 환자가 생겨 당장 방문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가망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마부가 나타나 말을 빌려주고, 집의 하녀 로자를 덮치려는 노골적인 욕망을 표출합니다. 의사는 출발을 거부하지만, 마부의 지시에 말이 출발하며 어쩔 수 없이 다른 마을에 도착합니다. 마을의 소년은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믿지 않는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고, 주변 가족들은 의사가 일한다는 사실에 열광합니다. 의사는 어서 마을로 돌아가 로자를 구하고자 하지만, 옷을 챙기던 중 마차에 옷이 걸려 옴짝 달짝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의사를 도와주지 않고, 의사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채 소설이 끝납니다.


▷ 


[ 3. 단식광대 (1922년 집필) ]  "사실 단식 광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는 순교자였다."


▶ 단식 광대는 40일간의 단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돈과 인기를 얻으며 사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에게 열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사람들은 그를 한 번 힐끔대고 마는 가벼운 구경거리로만 여길 뿐입니다. 흥행주는 관중들의 호응이 떨어지는 기간을 고려하여 최장 단식 기간을 40일로 설정하고, 기간이 지나면 광대에게 축하와 음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제 단식 광대에게 단식 행위는 삶의 목적이며, 그가 선택한 순교의 방식입니다. 그는 자신의 숭고한 단식 행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누구도 단식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몰지각하고 무지한 세상에 대항해서 싸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그는 점점 보잘것없는 방해물이 됩니다. 끝까지 단식을 이어가던 광대는 결국 죽고 말지만, 아무도 그를 추모하지 않고, 다른 구경거리가 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 4.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1917년 집필) ]   

"저는 자유를 원치 않았습니다. 제가 원한 것은 그저 하나의 출구였을 뿐입니다."


▶ 작품은 학술원에 의해 인간의 언어를 배운 원숭이의 회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던 원숭이는 어느 날 찾아온 인간에 의해 총을 맞고 쓰러져 납치됩니다. 출구 없는 궤짝에 갇힌 원숭이는 출구를 찾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벌이지만, 탈출에 실패합니다. 원숭이는 자유와 같은 번드르르한 가치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을 풀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출구만을 원했을 뿐입니다. ("저는 자유를 원치 않았습니다. 제가 원한 것은 그저 하나의 출구였을 뿐입니다.") 원숭이는 자신에게 탈출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인간의 지시에 순응하며 생존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원숭이의 본성을 완전히 포기한 채, 인간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존재가 되는 '특별한 출구'를 선택했습니다.



[ 5. 유형지에서 (1914년 집필) ]  "그처럼 자신 있게 그가 확언하던 구원의 징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탐험가는 사형 집행 장면에 참석해 달라는 사령관의 요청에 응해 그를 따라갑니다. 장교는 사형에 필요한 장치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유형지의 설계가 완벽하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장교는 장치에 묶인 죄수를 보며 장치의 작동을 보여주려는 흥분감에 휩싸여있습니다. 그는 죄수에 대한 정당한 사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판결과 장치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죄수의 움직임에 의해 기계가 고장 나자, 장교는 기계를 신경 써주지 않는 군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자신이 기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위대한 감동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그는 이미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외면한 지 오래입니다. 장교는 기계에 대한 본분을 지키기 위해 죄수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직접 사형의 대상이 되어 기계의 작동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기계가 작동되고 장교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어느 장면에서도 위대한 구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6. 굴 (1924년 집필) ]  

"그때와 오늘 사이에 나의 청장년기가 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지 않은가?"


▶ 굴은 자신의 굴을 완성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벌레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삶의 평온한 시기에 그는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자신의 굴을 더 완벽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대부분은 이 곤충이 자신의 집 설계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행복을 전하는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침입자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됩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계획과 수행을 의심하고, 행동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무작정 움직이는 듯한 당황스러움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지 못한 채로 작품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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