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a 클라라 Mar 05. 2023

살과의 전쟁은 끝나고 근력과의 전쟁은 시작된다.

40년간 살과 싸워온 여자가 제2의 전쟁을 시작한다

  

잡곡밥과 나물반찬 위주의 아점 식사를 마치고도 쉽게 식탁을 떠나지 못한다. 밥공기의 반도 못 채웠던 밥마저 한 스푼을 남긴 아쉬움 때문인지 식탁주위를 맴돌며 초콜릿이나 쿠키 등 달달한 것을 찾고 있다.

      

10대 이후부터 50대 후반인 지금까지 다이어트라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웠던 순간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있었다!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난 체중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고 살았었다. 내 몸과 정신의 모든 기능이 최고의 수준으로 작동해서 건강하게 유지되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적당히 먹으며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고, 한 끼를 과식했으면 다음 끼는 자제하게 되고, 가리지 않고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소화도 잘 되고, 군살도 없고 피부도 윤기가 흐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백세 인생 중에서 내 몸이 그토록 완벽했던 시기는 딱 그 10여 년간 뿐이었다.

      

중, 고등학생이었던 사춘기 시절 나는 통통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작아져서 꽉 끼던 교복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학생의 본분은 오직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사회적 통념이 통하던 시기였기에 몸매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사진 몇 장만이 남아서 나의 흑역사 시절을 기억해 줄 뿐이다.

      

문제는 대학생이 되면서부터였다. 본격적인 ‘살과의 전쟁’ 이 시작된 시기였다. 날씬하고 예쁜 모습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고3 시절의 모습 그대로 대학 신입생이 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프레쉬하고 예쁜 Freshman들 사이에서 기죽었고, 미팅의 결과가 안 좋았던 모든 이유는 ‘살’이었다.

      

기초 에너지 대사량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였기에 웬만큼 과식해도 과체중이 되지 않았을 텐데 문제는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었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았다. 친구와 함께 저녁 한 끼로 먹었던 음식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햄버거스테이크, 수프, 야채와 빵 등으로 이루어진 경양식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간에 기별도 안 왔다. 떡과 라면 2개가 들어간 즉석 떡볶이를 먹고 나니 배는 차는데 입은 더 원했다. 제과점에서 입가심으로 커다란 생도넛 2개를 먹고 나서야 그날의 한 끼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과식 뒤에는 후회와 자기 비하가 따른다. 자신을 벌주듯이 몇 끼를 굶지만 요요현상으로 다음엔 더 먹게 된다. 폭식했다 굶었다를 반복하며 대학 4년간을 보냈고 인생 최대 몸무게와 최저 몸무게도 이때 다 찍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어서도 살과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고 안 해본 운동이 없었지만 적당히 먹으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이 기본적인 게 해결이 안 되다 보니 나의 삶은 너무나도 불안정하고 때로는 위태롭기까지 했다.

    

식욕이 자제되기 시작한 건 결혼을 하고 큰 아이를 임신했던 20대 후반부터였다. 이때부터 출산과 양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40대 초반까지 살과의 전쟁은 멈추었었다.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체질이 되었나 보다 싶어서 안심하고 마음껏 먹고 운동도 따로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40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야금야금 살이 붙기 시작했다. 소위 ‘나잇살’이었다. 더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는데 1년에 1kg 정도씩 체중이 늘어갔다. 딱히 건강에 대한 관심도 없고 날씬해지고 싶은 욕구도 없어서 그대로 방치한 체 50대를 맞이했다. 이때의 내 모습은 상체는 비만하고 하체는 빈약한 전형적인 갱년기 50대 여자의 그것이었다.

     

예순을 목전에 두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제2라운드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유산소 운동이면서 전신운동인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증가하기만 하던 체중을 잡을 수가 있었다. 10개월 만에 5킬로그램 정도의 체중이 감소됐다. 팔다리의 늘어진 지방을 근육으로 바꾸고 출렁거리는 복부에 11자 복근을 새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근력운동도 시작했다 홈트 동영상을 보며 덤벨을 들고 스쾃, 플랭크, 푸시업, 복부강화운동 등을 따라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살과의 전쟁을 해왔다면 지금부터는 근육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노화와 운동이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팔다리에 근육량은 천천히 늘어나고 있지만 복근은 아직 변화가 없다.

팔과 다리는 확실히 단단해졌으니 운동 승! 

11자 복근은 보이지 않으니 노화 승!

정상 몸무게가 되었으니 운동 승!

2대 1로 운동이 노화를 이기고 있다.      


3대 0으로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 복근 운동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할지 아니면 배 둘레가 줄어든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복근 정도는 포기를 할지는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어쨌든 아직은 지지 않을 작정이다.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의 내가 더 건강하고 더 근육이 많고 더 날씬하도록 계속 달리고 근력운동을 할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가 늘 두려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