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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클라라 Mar 07. 2023

트레드밀 달리기 vs 야외 달리기

2년 차 러너의 '두근두근' 달리기 이야기

5월 어느 봄날에 느닷없이 나의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트레드밀이 있어서 그 위를 무심히 걸어봤고,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을 알게 되어서 그 앱의 8주 프로그램을 끝냈고, 그리고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야외에서 바람을 가르며 길 위를 힘차게 뛰는 진정한 러너가 되기까지는 용기가 부족해서 한 달을 더 트레드밀 위에서 버텼다. 트레드밀 위에서 30분을 연속으로 뛰는 인내심이 바닥이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어느 여름날 새벽에 한강으로  달려 나왔다.

      

한강공원에 나오면 먼저 5분 정도 걸으면서 내 몸에 삐걱거리는 곳은 없는지 체크하고 오늘의 달리기 코스를 정한다. 그리고 '나이키 런클럽' 앱을 열고 5킬로미터 달리기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스마트 폰을 한 손에 쥐고 달리는 게 익숙해졌지만 간지 나게 손목에 찰 수 있는 애플워치나 가민시계를 언젠가는 장만하리라 마음먹는다. 달리기에 특화된 그 장치들은 거리와 시간을 측정해 주는 GPS 뿐 아니라 심박수를 포함한 여러 수치를 체크해 주고 기록을 저장해 주는 등의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해 준다. 아날로그 세대인 내게는 사실 그 기능들이 버겁다. 누군가 선물로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구입할 일은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달리기를 시작한다. 8개월을 달렸어도 출발할 때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다. 200미터 정도가 지나면 첫 번째 어려움이 찾아온다. 몸이 아직 달리기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숨도 차고 다리도 무겁다. 500미터가 지나면 내 몸이 달리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고 1킬로미터쯤 달리면 편안해진다. ‘후후, 하하’ 2번 내뿜고 2번 들이마시는 규칙적인 호흡을 끝날 때까지 유지한다. 호흡뿐 아니라 달리는 속도도 일정하게 유지한다. 거리를 늘리고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오늘도 5킬로 미터를 완주하는 게 목표다.

     

2.5~ 3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면 ‘나 힘들어~’라는 신호가 온다. 호흡이나 심장에 이상도 없고 다리, 무릎, 발목 등의 관절이 아픈 것도 아닌데 왜 힘든다는 건지 따져본다. ‘나 지루해~’라는 신호를 내 머리가 ‘나 힘들어’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내심을 더 끄집어내서 두 번째 위기를 이겨낸다. 반환점을 돌고 나면 완주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기운도 회복된다. 500미터를 남겨놓고는 속도를 조금 높인다. 마지막 100미터는 전력질주를 하며 내게 남은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기록을 확인해 본다. 계속 28분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한다.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30분을 넘던 초기와 비교하면 기록이 단축되고는 있다.

       

겨울에는 안전한 트레드밀로 피신했다. 한강의 찬바람을 맞으며 얼어붙은 길 위를 뛰는 건 내겐 객기일 뿐이다. 아침마다 트레드밀로 향하는 발걸음이 상쾌하진 않다. 트레드밀에서 뛰는 30분간의 시간은 영겁처럼 느껴진다. 창밖의 경치를 구경해도 TV채널을 계속 바꾸어 봐도 시간은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흘러가주질 않는다. 트레드밀이 죄수를 벌주기 위한 고문 기구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사실로 믿어진다.

      

꾀를 낸 게 ‘5분만 생각하기’이다. ‘일단 5분만 뛰어보자, 나머지 시간은 5분 뒤에 생각하자’라고 마음먹는다. 첫 5분은 조금만 인내하면 지나간다. 그다음 5분은 호흡이 안정되고 근육들이 제 역할을 시작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 세 번째 네 번째 5분은 전체 달리기의 반이 지나간다는 안도감에 잘 넘길 수 있다. 마지막 5분은 이제 5분만 더 뛰면 된다는 희망을 갖고 견디어낸다. 대부분은 그 모든 5분들을 연달아 완수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5분들 사이에 걷기 등을 끼어 넣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성공이라고 간주한다. 어쨌든 30분을 뛰었으니까.

      

강변에서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서 트레드밀 위에서의 달리기는 재미가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장점도 보인다. 야외 달리기에서는 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내야만 성공이고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고 내 마음이 정해두었다. 8개월 동안 달리면서 완주에 실패한 적이 두 번 있었다. 그 두 번의 실패로 인해 나는 출발선에 설 때마다 ‘오늘도 완주 못하는 거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트레드밀에서는 30분 달리기에만 목표를 두고 5분 달리고 1분 걷기를 6세트를 하든 15분 달리고 2분 걷기를 2세트를 하든 형식은 상관하지 않는다. 5분간 달리는 날은 속도를 높여서 스피드훈련을 한다는 명분을 준다. 어쨌든 트레드밀 덕분에 이 겨울에도 나의 달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을 두지 않고, 어제가 부족했으면 오늘은 더 보충하고, 내일 더 잘 달리기 위해 오늘은 쉬기도 하며 내 달리기에도 유연성과 여유가 생기고 있다. 초보 러너로서 여유만 부릴 처지는 아니니 봄이 오면 다시 강변에서 힘차게 달리겠다는 작정은 하고 있다.

     

작정에서 끝나지 않을 장치로서 3월에 개최되는 동아마라톤 10km 부문에 참가 신청을 해두었다.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거라 기대도 되고 과연 내가 다시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비싼 참가비도 지불했고 함께 달릴 친구도 구해놨으니 물러설 수는 없다. 2년 차로 접어드는 새 봄에 나의 달리기는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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