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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l 21. 2023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애도일기

작은동생이 상을 등지고 여섯 해가 지났다. 해를 맞는 첫 날,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 계획을 우며 흥성거릴 그 날동생은 자신의 남은 생을 작은 옷방에 걸어두고 우리 곁을 떠났다. 동생의 집으로 달리던 신새벽의 날카로운 냉기, 무심히 빛나던 하얀 달은 그 후로 오랫동안 몽이 되어 나를 힘들게 했다.


새벽 4 시가 조금 넘어  큰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감정 없이 천천히 또박또박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다툼이 잦은 부부라 동생이 제 남편과의 싸움 끝에 혼절한 거라 생각했다. 그렇 믿고 싶었다. 전화를 끊고 걸어서 5분 거리 동생 집으로 향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하늘과 땅이 물렁거렸다. 곁에서 누군가 조금만 흔들어도 깨어날 수 있그런 꿈. 이 새벽에 무슨 소리야, 미친 것들......


중간 쯤 이르렀을 때 동생이 죽었다며 제부가 다시 전화를 했다. 짐승처럼 악을 쓰며 울었다. 몸 속의 뼈들이 내려앉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장이 깨지  고통 사이로 오랜 허기 같은 바람이 나갔다. 아, 어떡하지.......  


아직 온기가 남은, 지난했던 삶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 동생의 몸이 얇은 이불 아래 누워 있었다. 그 가벼운 천조각조차 걷어내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우리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영영 떠나고 말았다. 이불 밖으로 나온 가느다란 손과 나와 닮은 붉은 머리카락이 내가 본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이들 찾았다. 해가 바뀌어 열여 살이 된 큰애, 그리고 열네 살이 된 작은, 애들은 얼음보다 차가운 몸을 덜덜 떨면서 나를 보고 울기 시작했다. 아, 뭐지, 쟤가 정말 미쳤나? 어떡하지? 애들을 어떡하지?


돌이킬 수 없는 것의 막막함, 도무지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는 참담함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과 두려움의 심연으로 나를 밀어 떨어뜨렸다. 나는 그 순간 하염없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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