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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n 13. 2023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고픈 미미

내가 작가가 되었다. 2023년 6월 2일, 지원 이틀 만에 브런치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예상보다 많이 이른 결과 소식이라, '읽을 것도 없이 광탈이라는 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난 분명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데, 문자를 확인하려니 목구멍이 좁아졌다. 나는 이토록 나를 모른다. 힘주어 꼴깍거리며 터치. 



브런치스토리 작가 선정 알림 문자



  일단 거절의 답이 아니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작가'가 되어 무엇을 해야할지 새삼 잘 모르겠다. 브런치의 존재를 안 지 얼마 안 되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작가가 되련다 지원하고 승인을 받았지만, 새롭게 열린 문 앞에서 뜻밖의 혼돈을 만났다. 음, 작가라.......

 

사전을 들춰봤다. 작가(作家)는 "문학 작품이나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종사하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겠네. 이번에는 '종사하다'를 찾았다. "마음을 다하여 일하다." 내친김에 '일하다'까지, '일하다'는 "무엇을 이루려고 몸이나 정신을 쓰다." 그렇다면, 무릇 작가란, 문학작품이나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여 몸이나 정신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


  사전의 정의 따르면 나는 어제도 작가였고, 오늘도 작가이고 내일도 작가일 것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식물 일기를 포스팅하고, 가끔은 씻김굿 같은 비밀 일기를 쓴다. 내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하는 대가로 하루 4, 50원씩을 따박따박 벌고 있지만 그 푼돈이 내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므로 순전히 재미 삼아 글을 쓰고 있는 셈이지만 말이다.

 

  심심파적이라 하니 대충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는 않다.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가사 노동을 해치우고, 함께 사는 강아지 둘과 식물들을 보살핀 후에 남는 시간은 쓰는 일에 몸과 정신을 받친다. 그러니 나는 언제나 작가였다고 말해도 큰 어폐는 없을 듯하다.

나의 반려견과 식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다 보니 작가와 다름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과 공식적으로 자격을 인정 받은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무게가 달랐다. 한 번도 속 시원히 제 밥벌이를 못하고 네버엔딩 삽질로 인생을 탕진하면서도 쓰는 일을 놓지는 않았다. 순전히 세월의 공력으로 강아지 눈썹만한 재주를 갖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미미하다. 비현실적으로 숭하거나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속물 같은 세계관 사이에서 널을 뛰는 그저그런 개인일 뿐이다.


   그런 내가 '작가'라는 경계 안에 한 발을 들이고 나서야 무엇을, 어떻게, 왜 써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귀결이고 마땅한 멈춤이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곰곰한 이 잠시 멈춤을 통해 어느 걸인의 '은전 한 닢' 같은 나의 작은 성취가 생명을 얻고, 마침내 온정의 눈덩이가 되어 세상 속으로 힘차게 굴러가길 바란다.



덧말: 작가 승인 통지를 받아 놓고서 묵묵부답하고 있으니, 용기 내어 글을 발행하라며 브런치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없는 용기를 내라하니 졸리는 느낌이었다. 멀지 않은 날의 두 번째 글을 기약하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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