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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Dec 16. 2023

고된 이동과 음식

게스트 하우스의 주방풍경

2023년 12월 15일 (금) 오전 5시 18분

힘든 여정이다.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야 했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가는 것은 과감하게 제외. 이상하게 잘 사는 나라로 가는 버스는 가격이 확 올라간다. 며칠 전 독일 드레스덴 가는 버스도 그랬고 비엔나를 거쳐 헝가리를 가는 경우도 그렇다. 그래서 남부 체스키크룸 루프에서 동쪽 브루노로 이동해서 슬로바키아로 간 다음 거기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려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하루를 묵어야 한다.

유럽의 도로사정은 나라별로 다르겠지만 한국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우리는 국도의 경우도 왕복 4차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속도로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유럽은 고속도로는 제한적으로 깔려있고 대부분 국도인데 그것도 왕복 2차선이다. 시속 100 킬로롤 달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 한 80 킬로 정도로 느껴진다. 거기다가 앞차 잘 못 만나면 한없이 느려진다. 노련한 기사는 과감하게 중앙선을 넘어 추월한다. 이러다 보니 한 200킬로미터의 거리를 평균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걸려 간다. 도시 간의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아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좌우간 브루노를 거쳐 슬로바키아로 갔다. 그 밤에 구글 지도 보면서 브라티슬라바의 숙소까지 걸어서 30분 만에 도착했다. 다음날 떠날 거라서 장보기는 생략. 오후 네 시 차라서 오전 내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를 구경 다녔다. 제법 큰 성과 건물들 그리고 올드타운의 몇몇 건물을 감상했다.


 슬로바키아는 온천의 도시이다. 온천여행을 많이 온다. 그리고 타트라산맥이 있어서 스키장도 많다. 그렇지만 체코의 프라하 같은 관광자원은 부족하다. 구소련 시절 체코 바키아로 한 나라였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통합을 유지하지 못한 채 두 개의 국가로 분리되었다. 프라하라는 좋은 관광자원은 체코가 가져간 셈이다. 그 대신 타트라 산 이라는 지리자원은 슬로바키아가 갖게 되었다.

브라티슬라바성과 성안의 긴 회랑

그리 살코비흐  대통령궁


슬로바키아의 짧은 하루 일정을 끝내고 마침내 그날 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다. 눈이 와서 그런지 부다페스트로 들어가는 도로에 컨테이너 트럭이 도로의 절반을 막은 채 비스듬히 서있다. 교통사고인 듯했다. 이 때문에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아  심카드!   전날부터 4일 동안 난 심카드 없이 부다페스트를 돌아다녔다.  장착된 심카드가 다 소모될 것을 대비해 체코 브루노에서 15G 데이터 전용 심카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찾아내 15,000 원에 구입했다. 이렇게 급하게 구매한 이유는 체코돈이 주머니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체코 돈을 다 써야 했고 심카드를 사면 딱 맞겠네 하면서 아주 뿌듯해했다.


 슬로바키아 숙소에서 쉬면서 유튜브를 봤다. 숙소 와이파이가 있으니까 하고 안심하면서.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 숙소 이 파이는 한국하고 비교하면 안 된다. 나의  휴대폰 설정이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지면 자동으로 데이터 사용으로 전환 되게 설정되어 있었다. 잘 몰랐다. 설정을 잘 확인했어야 했다. 유럽의 숙소와이파이는 대부분 거북이 수준이다.

그 밤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남아있는 1.5G의 데이터를 다 소진했다. 새벽에 계속 문자가 와서 뭔가 했더니 다 사용했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럴 줄 알고 미리 사 왔지   하면서 체코에서 산 심카드를 꽂았는데 안 된다. 전혀 안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4일 정도 유심 없이 오직 와이파이로 여러 가지를 해결해야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나라에서 산 심카드는 그 나라에서 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지 다른 나라로 넘어가도 로밍서비스가 가능하다. 비용처리를 누가 하느냐의 구분이 명확해야 하기에 등록지가 분명해야 한다. 즉 심카드를 미리 사서 국경을 넘은 후 장착하면 서비스 불가다. 그래서 심카드 살 때 반드시 여권을 제시해서 확인하고 등록을 한다. 아니면 본인이  직접 심카드에 있는 비밀번호를 넣고 등록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 미리 사온 심카드는 가능하다.  등록도 안 된 심카드를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기술적으로 홈페이지에 등록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좌우간 헝가리에  만난 보다폰 영업사원은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밤 9시 40분에 도착 버스를 내리자마자 와이파를 찾아야 했다. 플릭스버스도 어떤 버스는 와이파이가 안 된다. 내가 타고 온 버스가 그랬다. 공유기를 한 번만 껐다가 켜도 잡힐 텐데. 할 수 없었다. 숙소로 가는 교통편을 찾아야 하는데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길 건너 대형쇼핑센터 가 보인다. 제발~ 하면서 갔는데 스타벅스가 있다. 오 예! 쾌재를 부르며 커피숍 벽에 딱 붙었다.  바로 핫스폿을 잡고 숙소를 검색했 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숙소 앞에 서는 트렘이 있다. 성공이다. 여기서 또 팁하나!
일단 검색된 구글 지도는 검색 지를 바꾸지 않는 한 와이파이가 끊어져도 GPS를 계속 잡아준다. 즉 GPS는 통신망과는 상관이 없다. 나의 위치를 알리는 파란 점이 계속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부다페스트 도착 25분 만에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말 피곤한 이틀이었다.

때부터. 소를 나서면 무료 와이파이를
찾는 게  첫 번째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믿고 찾는 스타벅스가 되었다. 물론 매장 안에는 안 들어간다. 길만 찾고 필요한 내용을 검색한다.


다음날 아침 나는 부다페스트의 새벽을 느끼려고 일 짝 숙소를 나섰다. 눈이 많이 다. 우산을 챙겼다. 새로운 도시의 첫날  나는 무조건 걷는다. 걸으면서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는다. 체니 다리,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부 등 핵심 관광지들이 걸어서 30분에서 40분 거리에 몰려있다. 든든히 무장하고  한적한 부다페스트의 새벽거리를 걸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오늘은 숙소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네 개의 지하철 노선도. 트렘의 내부모습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티켓은 무조건 사야 한다. 불시점검이  아주 많다,



비용이 저렴하기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호스텔은 대개 6인실에서 10인실 숙소다.

가끔 커플용 숙소를 보유한 호스텔도 있다. 10인실이면 이층 침대  다섯 개가 놓여 있다. 혼성도 있고 남녀를 분리해 놓은 곳도 있다. 겨울철인데도 거의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여행하는 사람이 많다니.  도심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어떨까 상상하 니 고개를 흔들게 된다. 여기서 주인의 섬세 이 드러나는데 환기와 청소가 잘 되어 있는 곳은 그래도 지낼 만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음…….  평점을 무시 못한다. 평점을 잘 보기를.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그런가 보다 한다. 자기 짐들을 침대 주변에 늘어놓은 사람도 있고 라디에이터 위에는 빨래들이 가득하다. 심한 경우는 수용소 같은 느낌도 있다. 짐들이 어찌나 많은지 산만한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  국적도 다양하다. 온 유럽 사람들을 다 만난다. 아시아는 아무래도 중국계와 한국인, 일본인들이 많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건 유럽의 지역적 특징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전라도, 경상도 가듯이 유럽인들은 기차와 버스로 마음껏 유럽을 넘나 든다.  EU에 속해 있으면  여권 말고 유럽연합 아이디카드만 있으면 된다.  한국인이 유럽에 가려면 정말 큰 마음먹어야 한다.


한때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빠른 정보교류로 낯선 세상에 대한 정보를 가장 먼저 얻은 유럽은 식민지 개척을 통해 막대한 부를 획득하고 세상을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 중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될까?

오리엔탈리즘은 제국주의 시절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졌던 사고방식과 태도이다.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식의 태도이다.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세계사를 공부할 때 유럽중심의 세계사를 공부했다. 거기다 곁가지로 중국, 아시아의 역사를 공부한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역사나 남미의 역사는 배우지도 않는다.  역사는 승리한 사람의 기록이다.  맞는 말이다.


그 결과 제3세계 사람들도 스스로 유럽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자신들이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동양인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이를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이 불균형의 역사를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다니면서 내가 사우스코리아라고 말하면 모두 나이스, 굿으 로 응답해 준다. 좋은 곳에서 왔네.라는 뜻이다. 과거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코리아 하면 대부분 북한을 언급했었다. 유럽외신에 북한 핵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와서 그런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다르다. 거의 모두가 알아봐 주고 서울에 가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도로 사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직 인종차별 을 겪은 적도 없다

국적도 다르지만 사람도 제 각각이다. 그런데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 내가 느낀 은 전체적으로 유럽인들은 진짜 개인적이다. 얼굴표정도 그렇고 설거지도 딱 자기 것만 한다. 나는 그들이 음식을 다른 이에게 권하 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감자를 삶아놓고 누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나누어 주었다. 설거지도 내 그릇을 씻을 때 싱크대  다른 그릇들이 있으면 그냥 다 해버린다. 별로 힘든 일이 아니니까.  유럽애들은 들어서 옆에다 옮겨 놓고 자기 것만 한다. ㅎㅎ


 그렇지 않은 이탈리아 여행자를 부다페스트 숙소에서 만났다. 하도 열심히 주방을 청소하기에 처음에는 호스텔 스텝인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스텝이냐고 물어보니까 여행자라고 말한다. 조금 호감이 갔다. 감자도 주고 커피도 주면서 잘 지냈다.

그리고 또 하나 웃고 다니는 게 참 좋은 거라 는 것도 알았다. 상대방이 웃고 있으면 다가가기 쉽다. 호감이 간다. 그런데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말을 걸기가 쉽지 않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 좀 더 게 웃고 다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주방에서 누가 좀 규모 있게 요리를 하고 있으면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고 잠시 뒤에 물어본 다. 무슨 요리를 하고 있냐고. 너네 나라 전통요리냐고. 그중 이탈리아인들 은 진짜 파스타에 진심이구나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드는지.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나의 짐 중에 요리에 관련된 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케첩, 마요네즈, 식용유, 간장, 고춧가루. 남은 양파와 마늘, 쌀, 파스타 면 등등. 길을 가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아시아푸드 가게들이 있다. 반드시 들어가 본다. 소고기 다시다와 치 액젓을 기 위해서이다.. 아직 발견하 지 못했다. 고춧가루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찾아내 500그람짜리를 하나 사서 가지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독일 드레스덴에서 떡국떡을 발견하고 냉큼 샀다. 떡라면과 떡볶이, 떡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00g에 팔천 원 정도이다.  세 번은 해먹을 수 있어서 감지덕지다.  떡국에는 액젓이 들어가야 맛있다. 액젓이 있으면 소고기 뭇국도 만들 수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지치고 힘들 때 한국음식을 먹으면 조금 기운이 난다. 다시 여행을 준비한다면 고춧가루, 소고기 다시다, 멸치 액젓은 전하게 담아서 반드시 챙겨 갈 것이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신라면도 조금 큰 대형마트에는 있는 경우가 많다. 가격대는 3000원대로 조금 비싸다.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되어 가는 신라면을 1200원에 파는 경우도 있었다. 프라하 무즈 택   전철역 나와서 베트남 식당옆 아시아 푸드점이었다. 그럴 때는 템의 기분을 맛본다.

떡라면과 떡국떡으로 만든 떡볶이, 그리고 샐러드. 삶은 계란이 없는 게 아쉽다.




부다페스트 마트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계란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큰 마트에 게란이 없다니.   조금 생각해 보고 추론을 해봤다. 혹시….. 바드에게 물어보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소비하는 계란의 70프로 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었다. 그게 확 줄어서 귀해진 것이다. 값도 20% 정도 올랐 다고 했다. 우유도 잘 안 보여서 확인했더니 계란과 같은 이유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었다. 전쟁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옆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영향을 받는데 당사자들은 어떨까? 평화, 평화가 중요하다.

고기도 재미있는 게 가공육이 훨씬 많다. 소시지, 햄 종류를 많이 판다. 한국처럼 뻘건 육고기를 파는 가게가 별로 없다. 다 염장하고 가공한 것들을 주로 판다. 그렇게 보면 한국인들의  라이브한 식문화가 별나기 도 하고 미식가가 따로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이 뛰어난 식문화를  가지 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단백질은 우유와 계란으로 탄수화물은 쌀과 감자, 스파게티면으로 섬유질과 비타민은 양상추로 이렇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영양 불균형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감기 등에 걸리게 만든다. 호화스럽게 먹지는 못하지만 영양이 부족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 정 안되면 식당 가서 과감하게 질러야 한다. 몸무게는 좀 준 것 같은데 그 대신 군살은 다 빠졌다. 특히 옆구리 살은 다 들어갔다.
매일 15킬로 이상을 걸으니 이보다 좋은 운동이 없다. 여행이 준 혜택이다.

부다페스트의 도시 풍경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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