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형 인간인 나는 9일 토요일 밤 10시30분에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고 다음날 일요일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눈이 제법 많이 오고 있었다. 우산을 챙겼다. 숙소에서 검색을 통해 주요 관광 명소의 위치와 거리를 대략 파악하고 무작정 그 방향으로 걸었다. 인적 없는 새벽 거리를 나홀로 걷는 기분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눈오는 부다페스트의 새벽거리. 조명때문인지 황금빛이 난다
숙소를 떠나 두 개의 다리를 지난 뒤 세 번째 다리가 범상치 않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세체니 다리였다. 다리를 건너면서 제법 많은 사진을 찍고 중간쯤 오자 건너편 언덕에 또 심상치 않은 웅장한 건물이 보였다. 눈이 많이오고 어두워서 시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로 봐서 부다성과 궁전이 분명했다
점차 여명이 밝아오면서 서서히
웅장함을드러낸다
언덕 밑까지 가서 보니 올라가는 모노레일이 있었다. 새벽이라 운행은 하지 않지만 거의 150년 이상 된 명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증기로 움직였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전기로 움직이겠지만. 나는 나중에 걸어서 올라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다시 강쪽으로 나와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을 가자 웅장한 교회건물이 나타났다. 추측컨대 개혁교회일 것이다. 검색을 못하니 사전 공부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강 맞은 편에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국회의사당일 것이다. 눈이 많이 와서 희미하게 보이지만 분명하다 이쪽 언덕에 어부의 요새가 있을텐데 시야가 흐려서 잘 안보인다.
눈이 와서 시야가 많이 흐리다. 밤을 기다리는 국회의사당
사진도 찍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어느새 아침 7시가 넘었다. 숙소로 돌아올 때는 24시간짜리 여행자 티켓을 끊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한 9,000원 정도 한다. 본전 뽑으려면 많이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한다. 버스, 트렘, 전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대충 방향으로 보고 짐작으로 트렘을 탔다. 얼추 맞게 왔다. 익숙한 숙소 근처로 왔다. 내려서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잠시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식 전통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와 아점을 떡라면으로 해결하고 보다폰 매장을 검색했다. 매장이 한 열 군데 정도 나왔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리뷰를 보니 하나같이 불친절을 이야기 하고 있다. 1점대도 수두룩하고 제일 높은 평점이 3.0이다.
이곳 유럽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서비스 직종의 직원들 태도이다. 유럽인들에게 고객은 왕이다. 이런 말은 거리가 있는 듯 보였다. 오직 한 군데 식당은 그래도 괜찮았고 버스터미날도 자기 역에 서는 버스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가 다른 터미날의 위치도 대부분이 몰랐다. 버스별로 다른 터미날에 정차하는 경우가 있어서 위치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오히려 길가는 영어할 줄 아는 젊은 사람들이 훨씬 잘 알려주었다.
보다폰의 경우 유럽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고객불만이 리뷰에 정말 많았다. 그중에 가장 높은 평점의 매장을 찾아 갔다. 일단 체코유심은 사용불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카다로그의 가격을 보여주는데 써있는 가격에다 추가로 30% 정도 더 붙는다. 빨리 말해서 잘 못 알아 들었는데 다시 말해 달라니까 내가 두번 말했다라는 말은 분명 들렸다. 하 ! 오리엔탈리즘! 애갸 날 무시하는구나 라고 느껴졌다. 한 명이라도 더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마인드보다는 왜 내 말을 못알아듣냐의 뉘앙스였다. 너무 비싸서 안하겠다는 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에서 저 정도의 마인드로 서비스하면 바로 클레임 들어갈 텐테 영국에 본사가 있는 보다폰이 유럽 각국의 매장을 세심하게 관리하지는 못할 거라고 짐작은 한다. 그것보다는 유럽인들의 서비스직종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가 동양권 특히 한국이나 일본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좌우간 나는 이틀 후 부다페스트가 아닌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서 유심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오후에 드디어 본격적으로 부다페스트 야경을 감상했다. 세체니 다리부터 시작했는데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강가에서부터 시작해 다리를 건너서 부다궁을 감상하고 아쉽지만 강을 거슬러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웅장함과 화려함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아마 수백장을 찍었을 것이다. 사진은 무조건 많이 찍어야 한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 고르고 고르면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핵심 뷰포인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포토 존이다. 그곳에서 심혈을 기울여 촬영을 했다.
인생샷을. 남기는 뷰포인트다
후회없이 감상하고 어부의 요새방면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택가를 지나 언덕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은 옛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기원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다뉴브강과 국회의사당이 한 눈에 보였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실컷 눈에 담았다.
어부의 요새. 무료로 건물외부는 감상할 수 있다
이날 걸은 거리를 확인해보니 23킬로였다. ㅎㅎ 아름다운 뷰에 취해 힘든 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걸어다녔다.
월요일은 온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주말을 피해야 해서 월요일로 잡았다.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온천수 샘솟는 모습과 물맛만 보고 무척 아쉬워했는데 유럽인들 언어로 드디어 스파를 해본다. 그것도 야외온천에서. 전철역에서 가까워서 찾기는 쉬웠다. 세체니 온천이다. 가격은 7500 포린트. 여기다 3.7을 곱하면 된다. 한화로 27, 750원이다. 헝가리 GDP 가 대략 18,000 불로 우리의 한 60% 되니까 비싼 가격이다. 주말은 더 비싸다. 일부러 일찍가서 한 두시간 몸을 담그고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운치는 있었는데 물의 온도가 40도가 채 안된다. 조금 아쉬웠다. 옆에 수영장레인이 있어서 수영도 함께 했다. 혹시 이곳에 겨울에 오실 분들은 큰 수건과 슬리퍼는 반드시 챙겨오기를. 빌릴 수도 있지만 비용을 절약하고 싶다면 숙소 수건을 들고 오면 좋다. 이동 시에 발이 시려워서 슬리퍼가 필요하다. 실내탕도 있고 사우나도 있다.
9시가 넘자 점차 사람이 늘어났다. 주말은 콩나물 시루가 될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관리는 소홀하다.. 수영장 바닥에 부유물이 많이 가라 앉아있다. 이용객의 수를 봤을 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거 같은데 그에 비해 관리는 부족하다. 온천에서 한국사람만 한 스무 명 이상을 봤다. 커플도 많이 왔다. 일체 모른 척. 수영복 입고 아는 척 하기도 그렇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10시 반쯤 온천을 나왔다. 사진은 몇장 찍었다. 수영장과 같은 분위기라서 촬영도 가능하다.
오늘 길에 기차역을 들러 자동판매기에서 헝가리 남부 세게드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목적지는 루마니아 부카레슈티인데 심야 열차를 예매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무려 17시간을 가야하고 옵션을 골라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비용도 좌석이 있는 표는 거의 100유로 정도 나왔다.
결국 세게드를 거쳐 루마니아 아라드, 시비우, 브라쇼브를 거쳐 부카레슈티로 가기로 했다. 세게드 이틀 시비우 이틀 등등 볼만한 도시들은 하루 이틀 묵어가면서 수도 부카레슈티로 갈 예정이다.
체코 프라하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연인들의 도시이다. 둘이 와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멋진 건물과 다리들, 야경, 온천 등등 혼자 와도 좋지만 연인들이 오면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긴 날 가운데 이런 추억 쯤은 하나 간직해야 살맛이 나지 않을까? 낯선 곳의 경이로움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두 도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