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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Dec 22. 2023

삶의 은밀한 방향   인.의.예.지

탁월한 지성

2023년 12월 21일(목) 오후 8시 27분


누군가 나에게 인상 깊게 읽은 책 두 권을 추천하라면  나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노자의 <도덕경>을 이야기한다. 두 책의 공통점은 읽을 때마다 새로움 을 주는 책이라는 사실이다. 해석의 다양성과 가치의 전복 때문에 읽는 이의 주관적 심리 상태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답이 하나가 아닌 것이다.



노자의 경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해석을 했다. 노자의 <도덕경>의 대표적인 해석들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 <노자익>이라는 책이다. 물론 중국인들의 주석이다. 이 <노자익>을 지금은 작고하신 김흥호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대학교 수업에서 풀이한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이 <노자익 강해>이다. 강의 녹취라서 술술 잘 읽힌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내용 중 인, 의, 예, 지에 대해 말한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고 마음속에 깊이 담았다. 인간 삶의 은밀한 방향성을 노자를 해석하는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풀이했다.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살지만 그 삶의 내용을 잘 따져 보면 인, 의, 예, 지라는 네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기에 하나 빠진 것이 바로 욕망대로 사는 삶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인은 종교적 삶이다. 의는 철학적 삶이다. 예는 예술적 삶이다. 지는 합리, 이성, 과학적 태도의 삶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삶의 영역을 등급을 매겨 우선순위를 정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가치관대로, 소신대로 사는 것이니 굳이 레벨을 정하지는 않았다. 나는 저자의 말하는 바에 깊이 공감하며 <노자익 강해>를 읽었다. 가슴속으로 깊이 와닿았다. 곁에 놓고 두고두고 읽을 생각이다. 지혜를 얻고 깨달았을 때 오는 영감을 얻었다. 이후 김흥호 교수의 다른 책들도 꽤 많이 읽었다. 고 함석헌 선생의 제자로서 동서양 고전을 통달해서 얻은 깨달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책을 산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좋은 배움을 얻었다.    



이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았다. 내 삶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네 가지 영역에 대해 앞으로 하나씩 나의 생각을 언급해 볼 예정이다. 나의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네 가지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기록해 볼 예정이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한 번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틈틈이 생각을 가다듬었다.. 좀 더 의미 있게 인생을 살고자 하는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네 가지 삶의 영역 중 ‘지’의 영역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성, 합리, 과학의 영역이다.



인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는 이른바 빅히스토리가 대세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최초로 시도된 이 관점은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성의 역사는 대체로 B.C 5세기 그리 스 자연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한다. 기록로 확인한 바가  그렇다. 철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과학은 보통 뉴턴의 <프린 키피아> _(만유인력의 법칙 1687)를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본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만능주의가 이때부터 등장한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을 35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35만 년의 긴 시간 중 불과 최근 336년 정도의 지적 활약으로 현재의 과학 수준에 도달했다. 가히 특이점이라 불릴만하다. 이런 흐름을 토대로  예측컨대 기술과 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가득하다. 인간의 지성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궁극의 끝을 알기 어렵다.  거기다가   AI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인간 삶 전반의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말 똑똑한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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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대학을 잘 가려면 무조건 수학을 잘해야 한다. 최근의 입시제 도를 보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문, 이과 영역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교차지원도 가능하다. 수학능력은 인간의 지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기준이다. 인문 쪽의 논리영역은 법의 영역에서 잘 발휘된다.


최근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 나라의 요직을 차지하고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 지성의 영역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논리와 합리는 지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배적 태도다.


경제분야는 어떤가? 이익과 효용이라는 가치가 대세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계산을 잘해야 한다.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지의 영역이다.  미신과 우상과 신화적 삶 속에서 허덕이며 굶주림과 추위와 인간을 압도하는 신체적 능력을 가진 맹수들 속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인간이 어느 순간 지구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이성의 능력 덕분이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태도가 바로  합리적, 이성적, 과학적 태도이다. 인간만이 지닌 탁월한 능력이다. 이 능력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연히 생겨났고 자연선택 되었다. 인간이 잘 난 것은 잘 나서가 아니라 우연이었다. 지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과 이를 충족하려는  탐구심은 인간 이성을 극한으로 발휘하게 만들었다. 신화 판도라의 상자는 호기심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준다. 멈추는 법이 없으며 한계도 없다. 구글의 비밀스러운 연구 X프로 젝트에는 노화와 죽음에 관한 연구가 있다.


아노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쓴 <계몽의 변증법>은 야만적 대학살을 경험한 일련의 독일철학자들이 쓴 반성의 기록이다. 칸트와 헤겔 같은 철학자들을 탄생시키고 합리적 지성의 전통을 간직한 독일 국민들이 어떻게 광신의 도가니로 빠져들어 갔는지 규명한 책이다. 계몽의 신화와 이성의 신화에 대한 냉철한 자기 비판서이다. 맹목적 이성. 다른 말로 도구로 사용된 이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리스트 초반에 있는 <계몽의 변증법> 서평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탁월한 지성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성적 태도가 세상과 인생을 지배한다면 어떨까? 탁월한 지성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인간의 지성을  닮은 기계를 만들어 인간의 삶을 지금보다 더 편리하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끝은 과연 어떻 될까? 합리적 태도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과연 인생을 합리적 태도로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분의 삶에서 이성과 합리적 태도, 과학적 태도는 어느 정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가?  한번 돌아보시기를…..




오늘 드디어 몰도바 옆의 트라스폴이라는 곳에  도착 한 달간의 체류생활을 시작했다.

잠시 머무르며 여행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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