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C경영학 시리즈 8
우리가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성서에 기록된 양치기 소년 다윗(David)이 거인 골리앗(Goliath)을 쓰러뜨린 이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이야기 중 하나 일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스토리는 상상만 해도 언제나 짜릿하고 경이롭다.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언더독이란 강자인 탑독(top dog)에 비해 약한 존재로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며 형성되는 심리적 애착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겉모습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극적으로 승리할 때 사람들은 환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윗은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먼저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전략(strategy)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전쟁에서 군대 지휘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strategos'에서 유래하였다. 전쟁에서의 전략은 적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이며, 구체적으로는 여러 전쟁터(battle fields) 중에서 어디서 싸울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영에서의 전략은 기업의 방향을 잡는 것으로서 어떤 사업을 영위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자 경쟁사와 차별화하며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론이다. 여기서 경쟁우위란 고객에게 제공한 가치(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resource and capability, 'R&C')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강점'에서 시작한다. 다윗은 바로 골리앗이 가질 수 없는, 다윗만이 지닌 '강점'을 통해 이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투를 해당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자.
1) 겉으로 보이는(외부역량) 강점
다윗은 정규 군사도 아니기 때문에 군사훈련도 받지 못했고, 작은 체구 덕분에 민첩할 수는 있지만 그가 가진 것은 물매와 돌맹이 뿐이다. 반면 골리앗은 정규군으로 전투 훈련과 숙련도 면에서 다윗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갑옷과 투구, 온갖 무기를 장착하고 큰 체구에서 나오는 강한 힘, 그리고 정성적이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아우라 같은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 수준에서 분석하면 R&C를 분석하면 골리앗의 압승이다.
2) 내부역량을 포함한 강점
아래의 표를 살펴보자.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주황색으로 음영처리하였다. 우측의 전략(Strategy) 및 무기(Weapon)는 위에서 언급한 겉으로 보이는 강점이다. 그러나 내부역량(지식, 기술, 태도 등)까지 분석을 확장시키면 결코 다윗의 강점은 골리앗에게 경쟁열위에 있지 않다.
첫째, 다윗은 상대방과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성경에는 그들이 처음으로 마주한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블레셋 사람(골리앗)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중략)...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다윗이 파악한 골리앗이 소지하고 있는 무기는 정확한 반면 골리앗은 다윗이 소지한 물매(sling)를 그저 막내기라고 생각했다.
둘째, 다윗은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강점을 활용했다.
다윗은 체구가 작기 때문에 1:1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강점인 민첩성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게릴라전을 펼쳤다. 골리앗은 덩치가 매우 컸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가 없다. 다윗은 자신의 강점을 믿고 의지하고 물매를 활용해 '돌'을 던짐으로써 상대방과 싸워 이겼다고 볼 수 있다.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다윗에게로 마주 가까이 올 때에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향하여 빨리 달리며..."
셋째, 다윗은 상대의 자원을 활용할 줄 알았다. 이 전투의 매우 흥미로운 점은 다윗의 마지막 행동이다. 다윗은 물매와 돌맹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적을 죽일 수 있는 무기는 없었다. 다윗의 돌을 맞은 골리앗이 쓰러지자 다윗은 빠르게 달려가 골리앗이 지닌 칼로 그의 목을 베어버림으로써 전투를 마무리했다.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밝고 그의 칼을 그 칼 집에서 빼내어 그 칼로 그를 죽이고..."
필자는 이 대목에서 기업경영에서도 설령 당장에 필요한 자원이 없다해도 절망하지 않고 상대가 가진 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비범함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전투가 비즈니스 관점에서 시사점은 무엇인가?
전쟁과 비즈니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쟁에서는 어느 한 쪽의 승리가 있는 반면, 비즈니스에서는 반드시 어느 한 쪽의 승리만으로 끝나는 싸움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경쟁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 자체를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은 결코 아닌 것이다.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다윗과 골리앗과 같은 유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월마트에게 아마존이 그러했으며, 유통 공룡 신세계에 맞선 쿠팡이 그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토요타에게 테슬라가 그랬을 것이다. 쿠팡이 처음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신세계 내부에서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상상해본다. 대부분 이런 경우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의 도전을 '무시'한다. 골리앗이 다윗을 마주한 장면처럼 한 줌도 안되는 상대라고 여겼을 것이다. 처음에는 방관했고, 무시하였고, 과소평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 쿠팡, 테슬라는 공룡이라고 여기던 상대를 뛰어넘은지 이미 오래되었다. 지금도 수 많은 혁신 기업이 골리앗과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경쟁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겐 오만한 골리앗을 쓰러뜨릴 다윗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필자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다시 읽어볼 참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윗도 골리앗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참고자료]
전략과 경영자, 박철순 교수(서울대), 경문사
다윗과 골리앗 : 거인을 이기는 기술,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How to defeat against giants : David vs Goliath, Malcolm Gladwell
The Unheard Story of David and Goliath, Malcolm Gladwell, Ted Talks
CMBA 원론, 김종빈 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C경영학이란?
C경영학은 기존 경영학의 목표인 사업가치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 수익성 확보 등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람 중심 경영으로 경영 성과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 직원과 공동체를 살리는 경영을 지향합니다. 사회적 영향력과 가치, 다양한 사업적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포용적 비즈니스 모델을 "바른 경영"이라고 정의하고, 이런 철학을 가지고 시대와 사회를 섬기는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의 C는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Challenge, Creative, Collaborative, Christian 각자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주)티머니, LG CNS Entrue 컨설팅, GS 리테일 등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비즈니스의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고려하는 "바른 경영"에 관심이 많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전심전력(2021, 북팟), 일하는 이유(2022, 북랩), 크리스천은 돈 걱정하면 안되나요(2023, 두란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