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돌이 아빠 Feb 12. 2024

눈, 눈물

<눈, 눈물> 종이에 펜과 색연필, 23 x 16 cm, 2024

 한 여자의 아들, 두 아들의 아버지, 이제 말을 제법 하는 손자를 둔 남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흐느낀다. 작은 몸을 구부리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죄를 고하고 내가 차마 쳐다볼 수 없는 각도에서 노인이 된 그의 콧등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메마른 풀밭에 뚝뚝 떨어졌다.


 여전히 나는 왜소한 체구의 아버지의 노기를 마주하면 온몸이 뒤틀리 듯 굳는다. 어느덧 내가 당시 그의 자리에 놓여가며 그 노여움에 대한 원치 않던 이해심이 조금씩 생겨간다. 차마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 밀물에 숨구멍까지 차오르는듯한 책임감, 그리고 하루하루 모습을 달리하며 본인보다 체구를 키워가는 두 아들들 앞에서 몸부림을 치듯 붙잡은 권위로 뒤범벅이 된 그 남자가 모습을 드리웠다. 나는 그랬던 그의 나이가 되었고, 내 등뒤에 그맘때의 아버지는 멋쩍게 서성이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분을 느낀다.


 전시가 얼마 안 남았다. 사람들이 건네는 위로에 신경이 곤두서고 뒤돌아 짜증 섞인 불만을 지껄인다. '정말 마지막이면 어쩌지?'라는 체념이 바짓가랑이에 묵직하게 매달리고,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어르신들과 이제는 몸이 닳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부모님들을 보며 안타까움 보다 초조함을 더 느꼈다. 그와 중에 찾아온 설, 산바닥에 남은 눈과 얼음, 하늘에 몇 잎 흩날리던 싸라기눈, 또 아버지의 눈물을 보며 아들의 어깨와 등을 당겨 내 몸에 밀착시켰다.

작가의 이전글 낮아진 언덕, 탄 물 上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