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클럽은 한 사람이 근사한 고독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들어서자마자 네그로니 한 잔을 주문하며 코트를 의자 등받이에 대충 접어 얹을 때, 잡생각에 빠져 있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솔로 연주에 잠에서 깨듯 박수를 보낼 때,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연주자의 얼굴에 슬쩍 피어오르는 미소를 볼 때, 담배라도 피우려 가게를 나서면 등 뒤에서 육중한 나무 문이 닫히고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트럼펫 소리의 울림이 누군가의 귓속말처럼 오히려 더 선명하게 몸에 스며들 때, 그런 때 우리는 고독하되 그 고독만으로 너무나 충분한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