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이 어디로 떠나든, 대체로 마음은 함께 가는 법이 없다. 마음은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뒤늦게야 따라붙는다. 거의 환상에 가까운 기대감으로. 혹은 아 내가 정말로 떠나왔구나, 하는 뚱딴지 같은 실감으로.
그러므로 여행은 언제 시작되는가. 그건 쉽지 않은 질문이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설 때? 비행기 창 너머로 펼쳐지는 미지의 땅을 볼 때? 여행지 공항을 벗어나 첫 숨을 들이쉴 때?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 이국의 흥미로운 장소들을 검색하고 계획을 짤 때? 알 수 없다.
무수한 변수들 틈에서 나는 내 여행의 시작점이 언제일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고, 늘 그 순간에 속하고 나서야 우뚝 멈춰 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