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달리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홍콩의 숙소 역시 새삼 낯선 곳이었다. 나는 현관에 서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잠깐 우두커니 있었다. 침대를 구경하느라고 그랬다. 새벽녘에 이불과 잠옷을 아무렇게나 팽개쳐 둔 침대에는 고운 아침볕이 내려앉아 있었고, 그 광경은 마치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다른지를 감각으로 알려 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것 같았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몇 살인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는 그때 더 이상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모르는 삶 속으로 망설임 없이 달려 들어갈 수 있는 존재였다. 아무 골목으로나 멋대로 접어들 수도, 그러다 멈출 수도, 변덕처럼 한순간에 모든 계획을 뒤집을 수도 있는 존재. 그리고 이제 또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