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은 등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가 보지 못하는 몸의 절반 모든 곳에 골고루 도달한다. 코가 아닌 피부로 느끼는 살 익는 냄새. 반면 가슴에는 보드와의 틈새로 차가운 물이 쉼 없이 찰박인다. 양손은 바닷속 기분 좋은 무거움과 느림의 세계에 속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일렁인다. 눈에 보이는 것들, 심지어 스스로의 존재까지도. 바다 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세상이란 원래 그렇게 일렁이는 형식일 테다. 몸에 부딪히는 작은 파도와 자신의 숨소리가 간혹 일종의 음악 같은 걸 만들고, 그러면 잠이 든다. 깨면 저 너머의 문명 세계와 인간들을 구경하고. 그렇게 문명과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삶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