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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짧은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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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오 Feb 07. 2023

아스타나의 한나절, 그 짧은 여행을 돌이키며

<아스타나라는 신탁> 中

가운데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참새처럼 뛰놀고 있고, 저쪽 한편에서는 인부 복장의 사내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고, 그러다 어느새 돌아보면 그들이 그 자리에 드러누워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이쪽에 앉은 노파는 유아차 안의 아기와 놀아주고 있고, 말아 쥔 전단지로 망원경 흉내를 내는 할머니의 장난에 아기의 뒷모습이 신기하리만치 꺄르륵 좋아하고, 저쪽 건물 입구에서는 방금 샤워를 마쳤는지 슬립 차림에 머리를 수건으로 싸맨 여인이 이웃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연신 손키스를 날리기도 하고, 와인바를 찾아 헤매다 지친 나는 여기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고....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 저 먼 곳으로부터 아스라하게 해 질 녘의 기운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정확히 따지자면 7월의 아스타나는 저녁 7시에도 마냥 쨍쨍했을 테ㅐ니 기억의 오류일 터. 오류는 아마 그 동네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어떤 종류의 아련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떠올릴 때 그곳에선 늘 해가 지고 있듯이.


Astana_Kazakhstan


_<짧은 휴가> (2023/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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