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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Feb 13. 2024

신의 장난 같은 죄와 벌의 기묘한 조화

넷플릭스 <살인자 ㅇ난감>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 ㅇ난감>은 제목에서 주는 이중적인 이미지 그대로 작품의 결을 끌고 나간다. 우발적인 살인자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악인에 대한 사적 심판으로 이야기가 변주되면서, 이 작품의 흥미를 배가 시킨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놀라운 연출과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세 배우의 기막힌 캐릭터 해석이 어울려져 작품의 완성도를 극강으로 끌어올린다. 




죄 : 살인자의 난감

보잘것없는 대학 생활을 하는 이탕이라는 청년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 작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인을 그리는 과정과 우발적인 살인을 했을 때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면서, 이탕이 난감해하고 괴로워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더 당황스러운 건 살인의 증거들이 우연의 연속으로 하나둘씩 없어지고, 이탕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알고 보니 극악무도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탕을 영웅화시키는 사이드킥 노빈과의 만남, 그리고 마치 신이 그를 구원해 주고 있는 듯한 우연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탕은 난감해하고 고민한다. 그러는 동안 그의 죄책감은 멀어져 가고, 자연스럽게 악인에 대한 사적 심판에 대한 이야기로 드라마는 흘러간다.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을 리얼하게 그려가면서 이 작품도 기존 다크 히어로 드라마와 같은 결을 가는 듯하지만, 이탕은 어떠한 대가 없이 그저 심판이라는 허황된 정의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만 한다. 기존 다크 히어로 드라마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이탕!! 하지만 죽은 사람이 극악무도한 사람으로 밝혀지면서, 그는 난감해하고 괴로워한다.
계속되는 우연 속에 스스로 자기 합리화에 빠지면서, 심판이라는 정의로 살인을 이어나간다.


벌 : 살인 장난감

영웅 같은 겉치레로 살인을 합리화하는 이탕과 다르게 살인을 장난처럼 즐기는 또 다른 다크 히어로 송출의 등장으로 드라마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악인에 대한 통쾌한 심판마저도 장난스러운 살인에 가려질 정도로 극악무도한 송출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이탕의 본질적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 둘은 악인을 심판하는 신이 아닌 그저 살인을 장난감처럼 즐기는 살인마일 뿐임을 말해준다. 이들을 처단하려는 형사의 이름이 '장난감'인건 반어적인 의미를 넘어, 정의를 빌미로 한 이들의 살인이 한낮 장난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비유적인 이름처럼 느껴진다. 더 흥미로운 건 법안의 테두리 안에서 이들을 처단하려는 장난감 형사마저 가슴속에 뜨거운 복수를 키워나가면서, 이탕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의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가는 이탕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장난감 형사의 모습은 마치 신이 내린 장난 같은 벌처럼 느껴진다. 

살인을 장난처럼 즐기는 또 다른 다크 히어로 송출의 등장은 이탕의 본질적인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들을 처단하려는 장난감 형사마저 이탕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정의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가는 이탕과 이를 지켜보는 장난감 형사의 모습은 마치 신이 내린 벌처럼 느껴진다.




다른 레벨의 연출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이미 웹툰의 드라마화에 대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인 이창희 감독은 <살인자 ㅇ난감>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인다. 드라마신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 작품의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연출은 기존 드라마들과는 전혀 다른 레벨을 구현해 낸다. 초반부 동기가 없는 이탕의 살인을 그저 비주얼만으로 설득시키는 디테일부터 수많은 교차 편집으로 그려내는 비주얼들의 스토리텔링은 그저 감탄의 연속이었다. 신과 신을 유려하게 연결하는 센스와 빛과 어둠, 줌인과 줌아웃, 슬로우 모션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을 쥐락펴락하는 연출은 현존하는 국내 드라마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독특한 연출이었다. 여기에 경쾌하고도 감각적인 음악과 BGM까지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말 그대로 극강의 완성도를 선보인다. 

수많은 교차 편집으로 그려내는 비주얼들의 스토리텔링은 그저 감탄의 연속이었다.
신과 신을 유려하게 연결하는 센스와 빛과 어둠, 줌인과 줌아웃, 슬로우 모션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을 쥐락펴락하는 연출은 현존하는 국내 드라마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세련된 모습이었다.


멋을 더한 배우들

이러한 연출에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까지 더해져 이 작품에 남다른 멋을 더한다. 죄책감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무능력한 듯 전지전능한 이탕을 흐리멍텅한 얼굴로 완벽하게 연기한 최우식은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최우식이 아니라면 이탕이라는 캐릭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놀랍고도 완벽한 연기였다. 호흡을 교묘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특유의 연기와 매력적인 제스처로 이 작품의 스타일을 더한 손석구의 연기도 너무나 이상적이었다. <마인>의 메이드라고 상상조차 안될 정도로 놀라웠던 정이서의 변신과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이어 또 한 번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노재원도 인상적이었다.

무능력한 듯 전지전능한 이탕을 흐리멍덩한 얼굴로 완벽하게 연기한 최우식!!!
특유의 연기와 매력적인 제스처로 이 작품의 스타일을 더한 손석구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놀라운 건 독특한 살인마 연기를 선보인 이희준이다. 순수한 정의와 악의 모두를 내포한 듯한 오묘한 캐릭터의 송출을 이희준 특유의 표현력과 아우라로 눈부시게 연기해 낸다. 정의를 외치지만 사실 정의를 잃어버린 광기 어린 살인마 송출을 마치 한계에 다다른 다크 히어로의 모습처럼 그려내면서, 이탕과 대비되는 살인마를 기막히게 연기해 낸다. 

순수한 정의와 악의 모두를 내포한 듯한 오묘한 캐릭터 송출을 특유의 표현력과 아우라로 눈부시게 연기해 낸 이희준!!!




흩어지는 이탕의 서사

중반부 이탕과 노빈의 영웅 놀이가 시작되고 또 다른 다크 히어로 송출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의외로 드라마의 전개는 루즈해진다. 송출의 등장과 최인선의 이야기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전반부 흥미진진했던 이탕의 서사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8회를 제외하고는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송출과 장난감 형사로 넘어가면서, 궁금했던 이탕의 진심과 정의 실현의 서사들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 물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던 송출과 장난감 형사의 서사가 극의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탕을 중심으로 흘러갔던 서사가 넘어가면서 극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소 산만해지고 지루해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원작의 각색과 편집이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송출과 장난감 형사로 넘어가면서, 궁금했던 이탕의 진심과 정의 실현의 서사들이 가려지고 만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이 산만해지고 루즈해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인자 ㅇ난감 (NETFLIX. 2024)

<살인자 O난감>은 불합리한 공적 심판을 대신하는 사적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수많은 다크 히어로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살인이란 죄를 먼저 그리고 우연치 않게 그들이 악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이 행위에 대한 죄가 과연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들도 그저 살인을 즐기는 연쇄 살인자임을 강조하면서도 끝까지 이탕의 살인도 정의가 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놓지 않는다. 송출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정의를 쫓아가는 이탕의 선택이 살인이라는 죄에 대한 벌로 그려지는 남다른 결말을 그려내는 것이다. 


<살인자 ㅇ난감>은 연쇄 살인과 사적 심판에 대한 흥미진진한 전개와 메시지, 화려하고도 스타일리시한 연출, 여기에 멋을 더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까지 더해져 그간 보여왔던 스릴러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레벨의 드라마를 선보인다. <LTNS>에 이여 연초부터 만나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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