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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Apr 30. 2024

박지은 작가의 클래스!? 부족함을 메운 김수현과 김지원

<눈물의 여왕> 리뷰

4년 전 <사랑의 불시착>으로 tvN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박지은 작가. 그녀의 신작을 기다렸던 건 최근 시청률에서 위기를 맞고 있던 tvN뿐만은 아닐 것이다. 기상천외한 콘셉트와 판타지성 강한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최고의 스타만을 캐스팅하는 박지은 작가의 작품은 그 어떤 스타 작가 못지않게 기다려지는 이유가 된다. 언제나 그랬듯 시작부터 휘몰아쳤던 그녀의 작품은 완성도를 떠나서 근래에 방영한 드라마 중에 가장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박지은 작가의 클래스!!

<눈물의 여왕>의 초반부 핵심은 역발상이다. 재벌가 아들과 평범한 여성의 신데렐라식 이야기. 불과 얼마 전 선보였던 <킹더랜드>의 결혼 엔딩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재벌과 일반인의 결혼 엔딩이 과연 영원한 행복으로 이어질까?'라는 물음에서 이 작품은 시작되는 것이다. 성역할을 반대로 그려놓은 설정들 보다는 재벌가와 평민의 결혼, 그 이후를 그리는 설정들이 제법 신선했다. 하지만 '제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동안 박지은 작가가 보여줬던 번뜩임에 비해선 이번 작품은 조금 약해 보였다는 뜻이다. 다행히 박지은 작가는 여기에 재벌녀의 시한부라는 남다른 설정을 가져온다. 이 설정은 결국 이 드라마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알 수 없는 어마 무시한 힘을 갖게 한다.

'일반인과 재벌의 결혼 엔딩이 과연 영원한 행복으로 이어질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하는 <눈물의 여왕>.
무엇보다 재벌가와 평민의 결혼, 그 이후를 그리는 설정들이 제법 신선했다.

물론 초반부 홍해인이 시한부라는 이야기에 기뻐하는 백현우의 감정이 다소 이해가 안가지만, 드라마를 재밌게 만들줄 아는 박지은 작가의 능력에 대부분 희석 되어진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박지은 작가의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부터 갈고닦은 온 세대가 시청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과 <사랑의 불시착>처럼 상반되는 두 집안의 일상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솜씨까지, 그녀의 능력은 역시나였다.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불어 넣으면서도 어디 하나 겹치지 않는 놀라운 캐릭터성과 이에 딱 들어맞는 안성맞춤 캐스팅도 박지은 작가의 흥행 비결 중 하나이다.  

온 세대가 시청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과~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불어 넣으면서도 어디 하나 겹치지 않는 캐릭터성을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무엇보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판타지를 심어주는 박지은 작가의 능력은 정말이지 완벽에 가깝다!!


박지은 작가의 클래스??

<눈물의 여왕>은 남다른 발상에도 뻔해 보였던 초반부 전개와는 다르게 중반부부터 예상 밖의 전개로 이야기를 뒤집어 놓는다. 특히 이 작품의 분기점과도 같았던 두 주인공의 이혼과 퀸즈가의 붕괴를 그렸던 8화의 이야기는 전개 속도만큼이나 파격적이고 놀라웠다. 다소 무리수처럼 느껴졌던 이러한 전개는 결국 용두리와 퀸즈가의 만남이라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너무나 허술하게 무너지는 재벌가의 모습은 이 작품의 개연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만다. 후반부 하이라이트를 그리는 윤은성과 모슬희의 악행은 그저 일일연속극 수준의 막장 전개에 그치고, 기억상실과 교통사고란 뻔한 소재로 운명적 사랑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전개는 그저 극적인 재미에만 올인한 3류 드라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시한부 환자의 모습을 너무나 태연하게 그리는 이 작품의 기조는 판타지라고 해도 너무 하단 생각마저 들게 한다.

너무나 허술하게 무너지는 재벌가의 모습은 개연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만다.
윤은성과 모슬희의 악행은 그저 일일연속극 수준의 막장 전개에 그치고, 그저 극적인 재미에만 올인한다.

물론 이런 로맨틱 판타지 작품에서 개연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뇌빼드'에 개연성을 하나하나 따져 나가면서, 막장 전개를 욕하는 것도 사실 우스운 모습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 개연성은 무시해도 되는 드라마가 되었을까? 드라마니까 재미를 위해 이런 전개도 이해해 주자는 의견은 오히려 그동안 좋은 작품을 보여준 박지은 작가에게는 굴욕적인 평가 일수도 있다. 




부족함을 메운 김수현과 김지원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줬던 전작 <어느날>에 비하면, 사실 백현우라는 캐릭터는 너무나 전형적인 김수현스런 캐릭터이다. 백현우는 영리하고 완벽한 남자이지만 무언가 어리숙한 너드미 가득한 인물이었고, 이는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이 그동안 자주 보여왔던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김수현의 장점을 너무나 잘 아는 박지은 작가는 그의 최대치를 끄집어내고, 이에 김수현이 완벽히 호응하면서 절정의 너드남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막장스러운 전개에도 이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건, 후반부를 완벽하게 끌고 온 김수현의 몰입도 강한 감정 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스타성 만큼이나 연기력 또한 동년배의 배우들 중에서 탑티어에 위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연기였다.  

후반부 막장스러운 전개에도 이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건,
후반부를 완벽하게 끌고 온 김수현의 감정 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해인이라는 캐릭터 역시 박지은 작가의 전작이었던 천송이를 떠오르게 하지만, 김지원의 이런 연기는 상당히 색다르게 보인다. 특히 개성 넘치는 캐릭터 연기와 극과 극을 오르내리는 감정 연기는 김지원의 남다른 연기 폭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녀의 전작 <나의 해방일지>만 봐도 이 작품에서 연기한 홍해인이란 캐릭터가 얼마나 대단한 변신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왜 김지원이 스타성에 비해 박해영, 김은숙, 임상춘 같은 드라마신에서 최고의 작가들과 작업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깨닫게 된다. 외모나 발성뿐만 아니라, 작가가 원하는 얼굴과 캐릭터를 정확히 캐치해서 그려내는 능력이 진짜 훌륭한 배우였다. 김지원이 조용한 듯 강하게 롱런하는 이유이다. 

작가가 원하는 얼굴과 캐릭터를 정확히 캐치해서 그려내는 능력이 일품인 김지원!!
김지원이 스타성에 비해 박해영, 김은숙, 임상춘 같은 드라마신에서 최고의 작가들과 작업하는 이유이다.




보이지 않았던 김희원 감독의 연출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기대했던 것은 박지은 작가와 현재 드라마신에서 최고의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희원 감독과의 조화였다. 물론 <눈물의 여왕>은 매력적인 비주얼과 해외 로케를 제대로 활용한 미장센, 그리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편집과 적재적소의 OST까지 연출에서 부족한 점을 크게 찾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남다른 개성과 디테일을 구현할 줄 아는 김희원 감독 특유의 연출이 공동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가려지면서, 그저 스타 작가의 이야기에 끌려다니는 평범한 연출을 보여주고 만다. 만약 김희원 감독이 메인 연출이었다면 <빈센조>와 <작은 아씨들>처럼 얼마나 개성 넘치는 작품이 뽑혔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어색한 엔딩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말이다.

매력적인 비주얼과 해외 로케를 제대로 활용한 미장센~
그리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편집과 적재적소의 OST까지!! 연출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작은 아씨들>처럼 남다른 개성과 디테일을 구현할 줄 아는 김희원 감독 특유의 연출이 묻힌 건 아쉽다.




눈물의 여왕 (tvN. 2024)

늘어지는 후반부 전개에 개연성은 무너지고, 막장스러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면 어떠한가. 이 드라마는 남다른 발상과 유쾌한 전개,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을 눈부시게 연기해 내는 배우들로 그러한 단점들을 극복해 버린다. 물론 이번에는 그 극복이 다소 힘겨워 보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우선시 되는 항목, '드라마는 재밌어야 한다'라는 일차적 목적에 여전히 부합하면서, 독보적인 오락적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긴 했다. 이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의 불시착>의 시청률을 OTT 시대에 갈아 치운 이 작품의 시청률이 증명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어색한 엔딩에서 <사랑의 불시착>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눈물의 여왕>은 20년대를 기억할 또 하나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서 그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 되었다. 분명한 건 이번 작품의 성공이 박지은 작가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녀의 클래스엔 많은 의문 부호가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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