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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l 01. 2024

휘몰아치는 돌풍 속 춤추는 박경수 작가의 대사들!!

넷플릭스 <돌풍> 리뷰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남성들도 선호하는 드라마 작가가 있다. 남성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소재로 맛깔스럽게 작품을 만들 줄 아는 작가. 바로 <추적자>부터 <황금의 제국>, 그리고 <펀치>까지 권력 3부작을 완성했던 박경수 작가이다. 아직도 <펀치> 방영 당시 남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드라마 이야기를 했던 진풍경을 잊지 못한다. 그런 박경수 작가가 <귓속말> 이후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드라마 환경에서 제약이 없는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으로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과 정의로 일으키는 반정!

정치 드라마로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던 박경수 작가의 전작 <펀치>이후, 매력적인 정치 드라마들이 여러 편 선보였었다.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던 <어셈블리>와 <보좌관>, 그리고 정치 이면의 쇼 비즈니스를 통쾌하게 그려낸 <퀸 메이커>까지. 하지만 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은 이런 정치 드라마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라는 파격적인 시놉시스가 마치 조선시대 개혁을 꿈꾸며 반정을 도모하는 이야기처럼 보여진다. 놀라운 건 이 박동호라는 인물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반정이 아닌, 오직 개인의 신념과 정의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좌우 가리지 않고 추악한 정치인들을 모두 침몰시키기 위한 더럽고도 비열한 싸움. 이 얼마나 박경수 작가스러운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스토리란 말인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라는 파격적인 시놉시스!!
무엇보다 박동호라는 인물은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개인의 신념과 정의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 한 자들에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




휘몰아치는 이야기 돌풍 속

춤추는 박경수 작가의 대사들

<돌풍>은 개인적인 정의를 향해 권력을 놓을 수 없는 박동호와 이에 대적하기 위해 권력에 매달리는 정수진의 끊임없는 대립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처럼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전개의 연속은 쉽게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 그 자체이다. 너무 과할 정도로 파격적인 반전의 연속이며, 개연성조차 쉽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전개 속도마저 빠르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돌풍이 휘몰아친다. 여기에 한경수 작가 특유의 필력 가득한 대사들이 파격적인 전개와 만나 제대로 도파민을 자극해 낸다. 물론 과할 정도로 멋을 잔뜩 뿌린 대사들의 향연에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무능했던 전 정부와 현 정부에게 보란 듯이 뿜어내는 뼈 때리는 대사들은 통쾌함을 넘어 박수까지 치고 싶을 정도이다. 

과할 정도로 파격적인 반전의 연속이며, 개연성조차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전개 속도마저 빠르다.
여기에 한경수 작가 특유의 필력 가득한 대사들이 제대로 도파민을 자극해 낸다.
붓은 내가 들게.
먹은 갈아줘라 장석아.
고삐는 정의원이 잡아.
채찍은 내가 잡아야겠어.
물지 못할 거면 짓지도 마!
앞날이 깜깜해서 밤인 줄 알았네.
선을 넘은 자에게 한계는 없어.
거짓말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




진보와 보수, 싸잡아 비판하다!

이 작품이 왜 표현의 한계가 없는 OTT 넷플릭스를 선택했을까? 어떠한 선정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 심지어 OTT 드라마의 특권처럼 부려졌던 그 흔한 욕설도 한번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는 확실했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정치권과 반으로 갈라진 대한민국 전체를 싸그리 잡아다 비판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드라마에도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작품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노동권부터 태극기 부대, 심지어 성역화 되고 있는 특정 정부까지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문화 예술 영역으로는 흔치 않게 진보 쪽의 치부를 건드리는 이야기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정치권과 반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싸그리 잡아다 비판하는 <돌풍>.
특히 문화 예술 영역으로는 흔치 않게 진보 쪽의 치부를 건드리는 이야기들은 다소 충격적이다.
전직 대통령을 성역화하는 건 
살아남은 자들의 유산 싸움이 아닙니까?
성역 없이 수사하라 말하는 놈들이
꼭 성역이던데?
이 나라에 빛은 없습니다.
어둠이 더 짙은 어둠에 맞서며
스스로 빛을 참칭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 쿠데타를 저항했지?
그들도 가난한 조국을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이 있었어.
다른가? 그들의 명분, 당신의 명분.
뭐가 다르지? 
우리가 아니면 이 나라가 무너진다는 
그들의 오만, 당신의 오만.
같은 갑옷을 입고 있어.
들고 있는 방패만 다를 뿐. 



피곤할 정도로 부는 돌풍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의 스피디한 전개는 개연성마저 따지기 힘들 정도로 휘몰아친다. 디테일과 개연성의 문제점을 전개의 속도로 가리면서,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고 반전을 만드는 상황만 반복한다. 이야기에 리듬감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으로 밀어붙이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금방 지치고 피로하게 만든다. 수많은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것은 결국 불법 녹음과 촬영뿐이라는 전개도 다소 식상하다. 

디테일과 개연성의 문제점은 돌풍 같은 사건의 속도로 교묘하게 가린다.
수많은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것은 결국 불법 녹음과 촬영뿐이라는 전개도 다소 식상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부족함이 없지만 자극적인 스토리에 문어체스러운 대사, 여기에 과장된 표정 연기까지 더하니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설경구와 김희애의 연기는 그 와중에도 빛을 뽐내지만, 좀 더 유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함께 어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여기에 촌스러운 오프닝과 음악, 비장미에 올인한듯한 연출까지 한대 뒤섞이면서, 뭔가 올드 한 드라마 같은 느낌마저 든다.   

자극적인 스토리에 문어체스러운 대사, 여기에 과장된 표정 연기까지 더하니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촌스러운 오프닝과 음악, 비장미에 올인한듯한 연출까지 한대 뒤섞이면서, 뭔가 올드 한 드라마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든다.



돌풍 (넷플릭스. 2024)

분명 <돌풍>은 오락적으로 재밌는 정치 드라마이다. 박경수 작가 특유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사와 파격적인 전개로 확실히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돌풍처럼 휘몰아쳤던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의외로 정의 사회에 대한 겉핥기식 물음에만 그친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지만 기억에 남는 건 인상적인 대사와 파격적인 결말뿐,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그 어떤 메시지나 근본적인 물음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그저 개인적인 신념이 강한 한 정치인의 복수쇼가 전부인 작품이었다. 물론 이 작품의 오락적인 쾌감,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치부를 헐뜯는 용기만큼은 분명 인정할 부분이다. 사실 우리가 박경수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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