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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Oct 28. 2024

다시 한번 그리는 냉정과 열정사이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리뷰

<사랑 후에 오는 걸들>의 원작 소설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그리고 소설을 영상화 한 이 드라마는 당연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 이국적인 배경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질문까지. 요즘의 드라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린 호흡의 정통 멜로 드라마지만, 그 시절 <냉정과 열정 사이>를 다시 한번 추억하게 만든다.




다시 한번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 작가가 함께 쓴 원작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형식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사랑을 잊지 못해 직업에 투영하면서 기다림을 갖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나 여주인공 이름을 색의 이름으로 쓴 것까지 정확히 <냉정과 열정 사이>와 맞닿아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끝과 운명 같은 재회, 헤어짐 이후 찾아오는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다시 묻는 '운명 같은 사랑이 있을까?'라는 질문까지. 

원작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형식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너무나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 (feat. 작별하지 않는다)

뻔하지만 매력적인 이 이야기를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재밌는 건 느린 호흡으로 그려지는 드라마도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영상을 음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주얼적인 매력과 음악까지 더해지니 마치 20년 전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한국 드라마로 다시 보는 느낌이다. 

오마주 격인 이야기와 비주얼적인 매력까지 더해지니~
20년 전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한국 드라마로 다시 보는 느낌이다.

피렌체까지는 아니지만 교토라는 이색적인 배경이 선사하는 매력과 일본 멜로 영화를 보는듯한 따스한 색감의 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OST까지. 영화로 처음 기획된 작품이지만 남녀의 입장에서 나눠서 쓰여진 소설 방식이 드라마에 더 잘 부합돼 보이며,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색적인 배경이 선사하는 매력과 일본 멜로 영화를 보는듯한 따스한 색감의 톤.
그리고 압도적인 미장센과 아름다운 음악, 여기에 황홀한 OST까지!!




영상과 무드로 설득하는 사랑

이별과 재회라는 너무나 뻔한 클리셰를 그리는 작품이지만, 그것을 그려내는 이 작품의 디테일은 국내 멜로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놀라운 미장센을 선사한다. 홍과 준고의 교토에서의 시절은 봄과 여름의 따스하고 생생한 톤을 그리며, 반대로 이별 후에 재회한 서울의 모습은 가을과 겨울의 싸늘하고 정적인 미장센들로 그려낸다. 

홍과 준고의 아름다운 교토에서의 시절은 봄과 여름의 따스하고 생생한 톤을 그리며,
반대로 이별 후에 재회한 서울의 모습은 가을과 겨울의 싸늘하고 정적인 미장센들로 그려낸다.

드라마의 무드부터 미장센 그리고 음악까지 캐릭터들의 감정과 변화를 미려하게 그려내면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모든 영상들이 이 둘의 사랑과 아픔을 리얼하게 표현해 낸다. 그리움에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준고와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랑에 흔들리는 홍의 감정들을 드라마의 영상에 완벽히 담아내면서 시청자를 완벽히 설득시킨다.

 



확신의 배우들이 선사하는 멜로 연기

캐스팅부터 난항이었다는 홍역에 이세영이 캐스팅되었다고 들었을 때, 늘 극찬만 했던 그녀의 연기지만 이번만큼은 미스 캐스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의 밝고 씩씩한 페이스가 멜로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외로움과 그리움을 그려내는 이세영의 묵직한 연기가 이 작품의 후반부를 제대로 지탱해 나간다. 특히 일본에서 준고와 해어질 때 방언 터지듯 쏟아내는 우리말 오열 연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어 연기도 억양만 제외하면 나름 만족스러워서, 그녀의 캐스팅이 우려를 넘어 상당히 이상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와 열정까지 더해져 역시 이세영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그리움을 그려내는 이세영의 묵직한 연기가 이 작품의 후반부를 제대로 지탱해 나간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이별남에 확신을 주었던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우울한 비주얼로 작품의 아련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해 낸다. 그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연기만큼이나 배우의 비주얼이 멜로드라마에 어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켄타로의 모습이었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그 특유의 우울한 비주얼로 작품의 아련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식상하단 단점을 강점으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누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보편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식상하다는 이야기이고, 여기에 느린 호흡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은 최근 트렌드와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이 작품의 분명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멜로드라마라는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뻔한 이야기는 공감이라는 강점으로 다르게 비치기도 한다. 흔한 이별을 경험한 이들에게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선사하는 보편적 사랑 이야기는 공감과 몰입이라는 상대적인 강점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뻔하고 식상하다는 단점은 멜로드라마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공감이라는 강점으로도 다가온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024. 쿠팡플레이)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랑이 지나고, 고통을 잊은 척 외로움에 허덕이는 여자와 후회와 그리움으로 가득한 남자의 사랑 후 이야기.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누구나 경험했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사랑 이야기로 오랜만에 여운 가득한 멜로 이야기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이 그려낸 감정선의 무드와 미장센은 그 어떤 멜로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였다.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사랑 후에 오는 무수히 많은 감정들로 대답하려 하는 이 작품의 진정성과 인상적인 결말은 공감대를 넘어서 다시 한번 멜로드라마의 힘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명제를 남기며, 아픈 사랑을 경험한 이들에게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랑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멜로드라마의 수작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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