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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Oct 25. 2023

남편이 퇴사를 했다.(29) - 게임과 만화, 수도꼭지

D+229일의 이야기

돈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한 달. 뭘 하든 상관없이 마음을 가볍게 지냈었다. 그러다 어제 카드값 연락이 오면서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회사 생활도 나도 다 때려치고 싶고 도대체 언제 나는 맞벌이가 가능할지. 속이 답답했다.

하루종일 내가 일하고 있는 동안 본인은 이력서를 쓰기에 내가 퇴근 후 집에오면 본인도 스트레스를 푸느라 게임이나 만화를 보는 거라고 했다. 근데, 그게 하루 이틀이어야지 말이다.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지도 않고 경제 관념도 없고 그냥 내 속만 타들어간다. 돈 걱정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기엔 내 성격이 그렇게 되지 않더라. 돈 문제도 얽히고 하니 이게 신혼이 맞나 싶었다. 

이렇게 오래 백수생활을 할 줄 알았냐고 하는데 그것까지 대비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게임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이력서로 밤을 새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게임을 하면서는 아주 시도 때도 없다. 처음엔 내게 1시간 정도 게임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그냥 저녁먹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게임한다. 나도 내 할걸 하면 되는데 이게 시간이 거듭될수록 내가 아무 말도 안하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너무 답답하다. 그동안 면접 소식? 하나도 없었다. 이 정도 되면 나한테 미안해서라도 당일 아르바이트나 짧은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생활비라도 줄 것 같은데 전혀 없다. 그냥. 이 생활이 마음에 드는가보다. 야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그냥 얼굴도 보기 싫더라. 신혼생활을 되새김질만 해도 웃음꽃이 피어오르게 보내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답답하다. 갑갑하다. 친정부모님한테 말할 수준도 안된다. 연락하면 소식 없냐고 물어보는데 그것 마저도 힘들다. 내가 꼭 돈을 빌려준 사람 같다. 돈 빌린 사람은 갚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언제 갚냐고 재촉하고 있는 것 같다. 자그마치 7개월이다. 아무말 안하고 카드값을 내고 있으니 이렇게 사는 것 같은데 넷플릭스 구독도 끊을 생각이다. 지금 무엇이 중요한 지 모르는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제일 어둡다고 말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어렵다. 이번 주말에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도저히 이 상황으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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