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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Nov 07. 2023

남편이 퇴사를 했다.(30) - 창살이 없는, 자존심

D+242일의 이야기

아직까지도 현재 무직인 상태. 내 남편은 백수다. 지난 29번째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13일이 흘렀는데 여전히 면접은 깜깜무소식이다. 13일동안 몇 번을 울고 새벽까지 게임하는 모습에 울다 지쳐 새벽 3시엔가? 집을 나가 걷기도 했다. 잠이 안온다고 말했지만 아니. 이렇게라도 반항하고 싶었다.

그 후 다음날 다시 얘기를 했다. 내가 외벌이 하면서 어찌어찌 한달 씩 살아가고 반찬 얻어먿고 살아가지니까 만만하냐고 했다. 치열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럴거면, 다시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 자존심이 문제냐고. 퇴사했던 사람 우리회사도 되게 많이 다시 들어온다. 어쩔것이야. 그랬더니 연락 안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 말을 말자. 아르바이트도 지원 여러곳 했다고 했다. 연락은 오지 않는다. 

어제는 게임 조금만 하겠다고 하는 남편을 보며 기가 찼다. 별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네가 게임을 할 때냐고 물어봤다. 취업하고 나서 밤을 새워해도 뭐라하지 않을테니 제발 취업을 하라고 했다. 내가 싫다하면 게임도 조금만 하겠다고 했다. 포인트가 잘못됐다. '내가 싫다하면'이 아니라, 지금 게임을 할 때냐 이말이다.  그에겐 계획이 없다.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아무말도 안하는 장모님이랑 장인어른을 봐서라도 열심히 좀 하면 안되겠냐고. 엄마 아빠가 물어보지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는 딸 말도 못하고 있는 거보면 난 눈물이 난다. 

그냥 이 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다. 막노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들이 다 좋아보인다. 저 사람들은 저축하겠지. 돈이 모이겠지. 나는 매번 호르몬의 노예가 될 때면 다시 돈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어디에다 말도 못한다. 내 욕먹이기라. 지난 주에 과장님이랑 밥먹는데 남편이랑 잘 지내냐고 묻기에 잘 지낸다고 대답했다. 모래를 한주먹 입에 넣고 씹는 것처럼 썼다.. 그냥 내게 브런치는 위로가 된다. 어딘가에라도 비밀로 하긴 싫고, '이런 사람 있어요'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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