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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Nov 23. 2023

남편이 퇴사를 했다.(32) - 첫 회사로? 헤드헌터

D+258일의 이야기

대금일이 지난 후부터 나는 우울하다. 뭘 해도 짜증이 나고 소식없는 기다림. 혼자 출근하는 나의 모습. 식비를 생각하는 내 모습. 기약없는 기다림. 예전엔 남편이 '열심히 하겠다.', '더 잘하겠다' 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나아졌다. 따듯한 말 한마디라고 내가 이전 편들에 적었던 것 같다. 근데 이제는 3월부터 해서 8개월이 되었다. 짜증만 나고 우울하다. 카카오톡 대화 하나도 없다. 할 말이 없어서. 밥 먹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알아서 내가 다 사놓고 채워넣었으니까 알아서 먹었겠지. 이번 주는 계속 야근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지난 주 주말 정도에 남편이 뭐라고 물어봤던 것 같다. 질문은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답변으로 "나는 대금일 이후로 기분이 좋지 않아. 지루한 일상. 끝도 없는 기다림. 반복적인 하루. 지쳐서" 그랬더니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라고 남편이 말했다. 내가 요즘 든 생각은 면접 연락도 없는 이력서 그만 넣고 그냥 첫 회사에 다시 연락하는 것이다. 두 번째 회사로 이직했을 때도 다시 오라고 연락도 했었고. 그냥 눈 딱 감고 자존심이 뭐가 대수냐.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연락도 없는 소식 붙잡지 말고 첫 회사에 연락해보면 안돼?", "싫다고 나온 곳인데 왜 다시 들어가"라고 하더라. 끝.


지난 11월 8일 타 회사에서 채용을 한다는 연락을 전해받은 나는 남편에게 급하게 공고도 올리기 전이라고 하니까 이력서랑 경력기술서 주면 전달해본다고 한다고. 얼른 달라고 했다. 그 결과를 오늘 들었다. 팀장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함께 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 11월 20일 월요일에는 남편에게 헤드헌터를 통해 구직제안을 받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헤드헌터도 나름이겠지만, 적어도 남편의 상황을 보고 적절한 곳을 제안해줄것 같아서 그랬다. 알겠다고 했는데 뭘하는지 모르겠다. 


왜 늘 내가 먼저 방법을 제안하는 걸까. 알아서 좀 하면 안되나? 치열하게 해도 모자를 판에. 나랑 행복한 연말을 맞이하고는 싶은건지 정말 모르겠다. 주말엔 본가로 넘어갈 것이다. 넷플릭스를 해지했는데도 여전히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볼 곳들은 인터넷에 깔렸다. TV보고 집안일도 안하고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사람 미쳐버릴 것 같다. 이제는 진짜 치열해야 하지 않는가. 시댁에 상황을 말해봤자 팔은 안으로 굽을 거리는 의견이 있어 말을 안하고는 있지만, 머지않아 말을 해야할 때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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