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새댁 Jan 15. 2024

남편이 퇴사를 했다.(43) - 울부짖다

D+318일의 이야기

지난 주 금요일(1월 12일, D+318)일의 이야기다. 이 날은 나도 남편도 빵 터졌다. 웃음이 터졌다는 소리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눈물 젖은 라면을 먹었다. 원래 우린 금요일에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원기보충도 할 겸 맛있는 꼬리수육을 먹으러 가기로 했던 것이다. 옷도 평소와 다르게 입고 신나는 기분으로 데이트만을 생각하며 퇴근할 즈음, 어째 남편에게서 출발했다는 연락이 없었다. 설마.. 싶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조금 늦게 퇴근했다면서 빨리 간다고 전하는데 전화가 왔다. 늦잠을 자서 이제 일어났다고 하더라. 미안하다구 다음에 먹으러가자고 하더라. 팍 식었는데 뭐랄까. 이미 아까 출발했다는 연락이 없음을 알고 내 마음은 알았던 건지 크게 막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러다 집 앞에 치킨집이라도 나갈 까 싶어서 지하철에서 전화를 했는데 서로 소통의 오류가 있었다. 나중에 얘기하니 남편은 미안해서 얼른 씻는다는 마음에 빨리 핸드폰을 끊은 건데 내 입장에선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기분 나쁜 한마디 했다고 남편이 화나서 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나도 갑자기 그동안 고이 잠궈두던 나쁜 마음들이 이 일을 계기로 봉인을 풀고 나와서일까. 못된 마음이 들었다. 전화가 부재중이 찍혀있음을 알았지만, "전화를 끊어?",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안봤다. 그냥 다 싫었다. 나는 왜 이렇게 외벌이를 하며 사는지 부터 해서 세상 모든게 나 빼고 다 괜찮아보였다. 그렇게 털레털레 집으로 가던 중. 남편을 길가에서 만났다. 다 짜증났다.


남편 입장에선 어이없었을 것이다. 씻고 나왔는데 전화는 안받고 걸어오는 아내라니. 집으로 걸어가는 길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 들어갔다. 서로의 이야길 하면서 나는 뭐가 좋은지 정말 모르겠더라. 틱틱대는 나의 표현을 남편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 나는 누구한테 티를 내나.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이 만나 세계를 통합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도 이런 내 마음이 정말 힘들다. 어떤 때는 화이팅해야지. 어떤 때는 아 또 왜이럴까. 싶은데 티를 안내고 싶다. 하지만, 답답한걸 어쩌냐구..... 울고 불고 하다가 터졌다. 남편도 와서 가만히 쳐다보더니 자기 입장을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냐고 하길래 그래달라고 했고 나도 남편도 그동안 꾹꾹 담아왔던 말들을 했다. 물론, 나중에 자기도 너무 순간적으로 확 화가 나서 기분나쁜말 했을 것 같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나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겠더라. 모든 것의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편도 울고 나도 울었다. 결혼하면 웃게만 해준다고 했는데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수도꼭지 OPEN~~~~~. 365일이 다가오고 있어 너무 무섭다. 힘을 또 내야지. 나라도 열심히 벌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퇴사를 했다.(42) - SKT나 SKB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