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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새댁 Feb 27. 2024

남편이 퇴사를 했다.(44) - 누가 더 급하니

D+354일의 이야기

그동안 남편이 이직을 해서 바빠서 일기를 못쓴거면 참 좋겠지만 1월 중순에 대판 둘다 꺼이꺼이 운 후로 그냥 잊었다. 맛있는 거 먹고 영화 보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느면 없는대로... 내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보니 어디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또 위로가 되었다. 적어도 큰 지출이 생기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아무런 소득 없이 명절이 지나자 2월이 훅 왔다.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와중에 날짜를 홀깃 보니 3월이 코 앞이었다. 퇴사 1년이 다가온 것이다. 매일 열심히 쓰고 있다고만 하면 뭐람. 그러다 괜찮은 공고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이거라도 꼭 됐으면 싶어서 정말 푸시를 계속 했다. 그런데 남편은 옆에서 계속 "그거 하면 역효과일 것 같다.", "그건 언급된 자료가 아닌데 해봤자 부정적인거 아니냐", "내일 내가 더 자세히 볼게" 라고 하는데 짜증이 확 났다. 나만 급하니? 내가 급해? 돈 빌려준 사람이 더 급한게 진짜 맞다. 왜 취업안하려고 하니! 왜 돈 안갚아!!!!!!!!!!!!!!!!!!


나보고 문제 없어서 좋겠다고 행복해보여서 너무 좋겠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다. 전혀! 아니라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닌데,,, 건강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혼자도 아니고 결혼한 남자든 여자든 돈을 벌어야 할 거 아니냐,,, 외벌이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내가 전문직 소득도 아니고.


지인이 전화가 왔다면서 인근에서 풀빌라펜션을 오픈했는데 바람 쐴 겸 쉬라고 연락이 왔다. 지금,,, 쉴 때 인가? 이런 제안을 나에게 하는 것도 나는 너무..............웃겼다. 지금 뭐가 급한데,,,,,, 취업하고 자리잡고 놀러가도 되지 않니? 물론, 나는 혼자 종종 놀러간다. 몇몇 여자들이랑. 둘이 가서는 여행을 가도 결국 마음 한켠엔 취업 생각이 계속 크기를 커가고 있기 때문에 스키장에 가고 싶어도 몇 번씩 마음을 꾹꾹 닫았다. 놀러가는 것 쉬는 건 모두 취직 이후다. 어쩜 저렇게 답답한 생각을 하는지. 나만 급하다. 나만 급해............하........제발 취업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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