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분기 숏폼 트렌드는 1분기에 비해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띄는데, 트렌드 유형으로는 챌린지와 밈으로 양분할 수 있으며 아이돌보다는 크리에이터나 흥행한 드라마, 또는 뮤지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독성 있는 음원 및 시각적 강렬함인데,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트렌드 대부분이 2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2분기 숏폼 트렌드는 챌린지 - 마라탕후루, 티라미수케잌, 슈퍼노바, 차노을, 밈 - 선재업고 튀어, 묵찌빠/복화술, 마지막으로 릴스 음원 괜찮아 I’m fine이다. 이번 2분기에는 해외 숏폼 트렌드도 포함했는데, 선재업고튀어와 같은 시기에 해외에서는 브리저튼 시즌4가 흥행했으며, 이어서 아소카 메이크업 챌린지, 역시나 음원으로 익숙한 Looking for a man in finance 순서다.
음원 개수는 티라미수케잌이 앞서지만, 인지도와 화제성, 확산성 면에서 2분기 숏폼 1위는 단연 마라탕후루 챌린지다. 12살 키즈 크리에이터 서이브가 쏘아올린 이 챌린지는 선배에게 마라탕과 탕후루를 사달라고 하는 간단명료한 가사와 중독성 있는 음원, 쉽고 재밌는 동작이 곁들여진 전형적인 성공 방정식의 챌린지다.
서이브가 올린 마라탕후루 챌린지 영상들.
잘자요 아가씨가 그러했듯, 서이브 역시 같은 소속사 순이엔티를 비롯해 다수의 틱톡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를 하며 띄웠다. 하지만 열기가 서서히 꺼져갈 때쯤 라치카와 침착맨이 등판하며 판을 키워버렸고, 방송사에서도 배우들을 기용해 프로그램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김나박이의 김범수가 유퀴즈에 나와 마라탕후루 챌린지를 불러버리면서 올해의 가장 성공적인 챌린지로 안착하는데 성공해버렸다.
차노을 챌린지도 역시 초등학생 차노을로부터 비롯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ADHD 때문에 학교 친구들과 쉽게 사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들의 소개 영상을 직접 작사 작곡했는데, “나는 2학년 차노을, 차미반의 친구. 춤추고 랩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 나를 보면 인사를 건네줘. 반갑게 먼저 말을 걸어줘”라는 가사로 직접 랩을 하는 차노을을 본 랜선 이모와 삼촌들이 폭발적 반응과 함께 트렌드가 시작되었다.
차노을과 그 아버지가 운영하는 계정.
랜선 이모와 삼촌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가사를 각색해 패러디하며 챌린지를 만들어냈고, 급기야는 정부 기관에서 콜라보 요청을 하며 차노을과 그의 아버지는 정식 크리에이터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트레져 헌터와 계약까지 했다.
다양한 버전의 패러디가 등장했다.
피드 점령군 - 선재업고튀어, 묵찌빠/복화술, 괜찮아 I’m fine
1. 선재업고튀어
2분기는 그 어떤 트렌드를 이야기하더라도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에 방영되었던 <눈물의 여왕>이 tvN의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으나, 2030 여성을 중심으로 SNS, 특히 숏폼 화제성을 평정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선재 업고 튀어>였다.
가운데는 방송인 박지윤 전 아나운서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변우석 앓이를 하며 집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감상하는 과몰입 숏폼이 나오더니, 그 이후에는 유명한 우산씬의 패러디, 주요 촬영 장소 방문 후기, 그리고 팝업 스토어 티켓팅 실패 영상까지 올라오면서 화제성을 잠식했다. 대형 크리에이터 승헌쓰, 진절미와 땡깡, 엔조이커플까지 과몰입 트렌드에 합류했고, 변우석이 부른 OST <그대는 선물입니다>는 영상 16만개를 기록하며 인기 음원으로 자리 잡았다.
선재가 종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묵찌빠 아저씨’가 등장했다. 시원시원한 오페라 발성으로 병맛 연기를 하는 뮤지컬 배우 최재림의 영상을 시작으로, 뮤지컬 <시카고>에서 그가 복화술을 완벽하게 해내는 장면, 그리고 빌리 플린 역으로 “비싼 자동차 관심없다”고 부르짖는 장면까지 최재림 알고리즘이 형성되었다.
조회수가 후덜덜한 2분기의 최재림 알고리즘.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난 뮤지컬 팬계정들에서는 댓글을 모으거나, 역대 시카고 캐스트 영상을 줄줄이 엮어내며 2분기를 뮤지컬 밈의 시대로 만들어 버렸다. 흥미로운 점은, 묵찌빠와 복화술 밈의 경우 패러디나 2차 창작 콘텐츠보다는, 같은 영상을 여기서 올리고 저기서 또 올렸다는 점이다. 터진 장면들이 시청각적으로 중독성 있다는 특성 때문에 반복 소비가 지루하지 않았던 듯하다.
3. 괜찮아 I'm fine
마지막은 인도네시아 게임 크리에이터의 ‘괜찮아 I’m fine’ 밈이다. 릴스 애청자라면 음원으로 익숙할텐데, 이 밈의 전파 경로가 굉장히 독특하다. 네티즌 수사대에 따르면, <내남결>의 이이경 배우가 출연한 2018년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는 이 밈의 원조격인 “괜찮아, 아이 괜찮아”하며 대사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해외에서 유명해지며 이이경은 Gwenchana guy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5화 속 이이경의 '괜찮아' 장면. 외국에서는 이미 Gwenchana guy 로 6년 전부터 화제였다..!
이에 말레이시아의 한 크리에이터가 이 ‘괜찮아’ 대사를 울먹거리는 버전으로 패러디하고, 인도네시아 크리에이터가 그것을 이어 받아 음값을 붙이며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 이이경 배우가 말레이시아 크리에이터와 서로 “괜찮아”를 주고 받는 영상을 이이경의 공식 틱톡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SBS는 밈의 주인공인 인도네시아 크리에이터 알딘 테가르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Gwenchana guy’의 계보가 생겨버린 셈이다.
해외도 숏폼 열풍 - Bridgerton S3, Asoka Makeup, Man in Finance
1. Bridgerton S3
대한민국이 선재앓이를 할 동안,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브리저튼 시즌3 앓이를 아주 단단히 했다. 기존 시즌 1~2와 외전까지 계속 성공시켜왔던 프랜차이즈이지만, 이번 시즌에서 숏폼과 맞물리며 그야 말로 SNS가 대폭발해버렸다. 영상도 굉장히 다양한데, 브리저튼 속 18세기 유럽 사교계 의상을 갖추어 입거나, 영국식 영어 말투를 따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다음 트렌드는 레오제이 릴스를 팔로우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아소카 메이크업 챌린지다. 2001년 방영한 인도 영화 <아소카>에 등장하는 BGM에 맞춰, 한 인도네시아 뷰티 크리에이터가 뜬금없이 메이크업 영상을 만들며 서사시가 시작되었다. 뷰티 숏폼 챌린지는 한 땀 한 땀 촬영해서 이어붙이는 장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유명하지만, 아소카 챌린지는 영상 후반부 각종 장신구와 의상까지 그 정점을 찍은 듯하다.
시선을 잡아 끄는 화려한 아소카 챌린지 영상들. 첫 줄 콘텐츠는 최소 1000만회는 거뜬히 뛰어 넘는다.
그래서 그런지 탑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조회수 역시 몇 천만을 그냥 넘기고 있다. 원작자의 1.2억 조회수를 시작으로, 상위권 영상들은 최소 1000만, 많게는 2~4000만 사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엄청난 챌린지다. 이 챌린지의 파생으로 남미에서는 <코코 챌린지>, 한국의 <대장금 챌린지> 등 각종 콘텐츠 속 캐릭터 메이크업 챌린지가 파생되었다.
마지막으로 해외 영상이 많이 뜨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I’m looking for a man in finance’ 음원이다. 채널명 ‘Girl on Couch’로 활동하는 메건 보니라는 해외 인플루언서는 어느 날 뜬금없이 자신의 계정에 ‘올 여름 최고의 노래’라며 말하듯이 가사를 내뱉는 영상을 올리며 리믹스 해줄 사람을 찾았는데, 이에 반응한 음악 크리에이터들이 바로 각종 리믹스 버전을 쏘아올리면서 트렌드가 시작되었다. 그 중 대중의 선택은 받은 것은 다다음날 음원을 붙여서 올린 Tima Pages 라는 싱어송라이터였고 그렇게 밈이 완성되었다.
각각 메건 보니와 티마 페이지. 이 둘이 밈을 쏘아올렸다.
메건 보니가 사실 가사를 ‘I’m looking for a man in finance, trust fund, 6’5, blue eyes’라고 쓴 것은 데이팅 앱의 현실을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팅 앱들이 사람들의 기준을 지나치게 올리고 있다며 그것을 풍자하기 위한 의도로 요구 조건이 지나치게 많으면서 솔로임을 한탄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해서 영상을 기획했다고 전달했다. 세태를 풍자하는 밈이라니, 정말 신선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