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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무너지니 일상도 무너진다 *

이별에 서툰 나는, 준비한 이별도 아프다

by 최은아 Choi ena



살아오며 그동안 겪었던 이별 중

내가 가장 아팠던 이별은

긴 시간 마음에 품었던 첫사랑이었다.

초등학생 때 첫눈에 반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던 그와 다시 만났을 때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를 향한 마음이 컸던 건지,

함께한 시간의 기억이 찬란했던 건지,

갑작스러운 이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겪었던 유일한 아픈 이별이었다.

오래 마음을 품었던 긴 세월만큼,

오래도록 아팠다.




하지만 모카와의 이별은 차원이 달랐다.

갑자기 내 세상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도, 생각도, 시간까지 모두 정지해 버린 듯.

숨 쉬는 것 마저 잊은 채, 깊은 고통 속에 눈물만이 끝없이 흘렀다.


모카의 흔적이 가득한 집.

모카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방 안.

그런데, 모카가 없다니...

내 손으로 모카를 직접 보냈음에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오랜 시간 준비한 이별이었음에도

슬픔과 아픔은 나조차도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모카는 5킬로도 되지 않는 작디작은 아이였는데 빈자리는 상상 이상으로 너무나 컸다.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이 사라진 느낌.

정신을 차리려 해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마치 내 삶의 이유와 소명이 사라진 듯,

모든 것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정신이 또렷했다.

마음을 잡고, 브런치북 연재를 위해 애썼다.

모카와의 약속처럼 느껴졌던 걸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도,

모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며 정해둔 연재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통제가 안 되는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나기처럼 갑작스레 터지는 울음에

며칠이고 통곡하듯 울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거나,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달려왔다.

특히 공감 능력이 유난히 뛰어난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거나,

핥아주며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했다.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너무 많이 울어서일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갑자기 동생 생일을 잊은 줄 알고, 혼자 놀랐다.

지금은 5월인데,

나는 동생 생일인 9월이라 착각을 하기도 했고,

잠시 방을 나서면서도 방문을 열고 닫는 찰나의 순간 내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는 일들이 자꾸 반복되었다.


마음이 무너지니, 일상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모카와 함께 걷던 산책길을 모카의 메모리얼 스톤을 품에 안고 걷기도 하고,

모카 사진으로 만든 인형을 품에 안고 다녔다.

모카와 함께 앉았던 벤치에 혼자 앉아

모카 인형을 안고 넋 놓고 앉아있기도 했다.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했는데 아마 좀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모카가 사용하던 물건들에는 아직 모카의 체취가 남아 있었다.

그 체취가 사라질까 봐,

정리나 세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체취마저 간직하고 싶어 모카의 담요와 물건들을 지퍼백에 조심스레 넣었다.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모카의 메모리얼 스톤과 체취가 남은 담요를 머리맡에 두고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마음이 한 겨울 맹추위보다 더 시리고,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눈물을 참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고,

숨을 쉬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너무 힘들 땐, 그저 모카의 체취라도 맡으면 조금이라도 안정이 되었다.





하루하루 눈물로 보내는 나로 인해 가족들의 걱정이 커졌다.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주셨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아이처럼 눈물이 더 샘솟았다.




이별이 너무 힘겨운 나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랑 같은 날 가요.

엄마랑 헤어지는 건... 나는 못 하겠어요."

위로하던 엄마는 기가 막히셨는지 역정을 내셨다.


"아니, 엄마가 150살 넘게 살면 되잖아요!"

내가 아이처럼 울면서 하는 말에

엄마는 웃으며 알겠다고 하셨다.




















살면서 어디에도 기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내가 모카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매일 모카의 건강을 바라던 기도에서

이젠 꿈에서라도 만나게 해 달라는 기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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